[영림원CEO포럼] 깨어나는 코끼리 ’진격의 인도‘ 그 진실과 허상
[영림원CEO포럼] 깨어나는 코끼리 ’진격의 인도‘ 그 진실과 허상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4.02.05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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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상 한국수출입은행 사업협력부 부장, 19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김기상 한국수출입은행 사업협력부 부장
김기상 한국수출입은행 사업협력부 부장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김기상 한국수출입은행 사업협력부 부장이 1일, 19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깨어나는 코끼리: 진격의 인도를 파헤쳐 보자’를 주제로 강연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한국수출입은행 뉴델리 사무소장으로 근무한 김기상 부장은 이번 강연에서 인도 사업 진출 가이드로서, 인도의 경제와 산업, 기업과 기업인, 정치 환경 등 ‘진격의 인도’를 파헤쳐 보고, 현지 사업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이 인도 진출시 겪는 현실과 그 해결 방법 등을 밝혔다. 다음은 강연 내용.

◆ 인도는 ‘나라’라기보다는 거대한 ‘대륙’

“세계 5위 경제 대국 등극”, “2031년까지 연 7% 경제 성장”, “인도 ’코끼리 경제‘ 고속 질주…중국 넘어 공급망 새 거점기지로“,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 취임“, ”인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 첫 남극 착륙“, ”홍콩 제친 인도…세계 4위 주식 강국“, ”중국보다 10살 젊다…인도, 10년뒤 세계경제 넘버2 넘보는 이유“…

21세기 들어 세계 무대에서 급격하게 부각하고 있는 ’인도‘에 관한 기사 제목들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도의 모습은 어떠한가?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400달러에 불과하고, 14억에 달하는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빈곤과 지역간, 계층간 극심한 빈부 격차 등 극단의 대비를 보인다. 게다가 카스트 제도에서 드러나는 차별, 부패와 관료주의가 만연하면서도 IT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7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놀라운 국가가 바로 인도이다.

인도는 대륙인가 국가인가? 인도는 아프리카보다 면적, 인구, 경제 규모, 1인당 GDP 등 여러 면에서 앞선다. 우리나라에 비해서는 면적이 33배나 크다. 모두 28개의 주로 이뤄진 인도의 주 가운데 마하라슈트라의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많으며 GDP는 비슷하다.

우리는 인도를 제대로 알고 있나?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뜻으로 불경에서 유래했다. 인도를 제대로 알려면 여러 곳을 구석구석 더듬어 봐야 한다.

인도는 ’나라‘라기보다는 거대한 ’대륙‘이다. 남북의 길이가 총 3,214킬로미터이며 동서는 총 2,933킬로미터다. 북부는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 중부는 높은 고도의 데칸 고원이며, 서쪽은 아라비아해, 동쪽은 인도양이다.

인도에는 한대성, 건조, 반건조, 열대우림, 몬순 등 전세계의 거의 모든 기후가 있다. 춥고 덥고 건조하고 비가 많이 온다. 인도의 인종적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종은 아리안, 드라비다, 몽골로이드, 네그리토 등 크게 4개이며, 부족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인종만 약 700개이다.

언어의 다양성은 상상 이상이다. 22개의 공용어가 있는데 5천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만 7개, 1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도 20개이다. 10명 중 4명이 힌디어를 모국어로 사용 중이다. 의사 소통은 주로 영어나 힌디어로 한다. 각 주마다 언어가 있는 셈인데 남부에서는 북부에서 많이 쓰는 힌디어를 인간의 언어로 취급하지 않는다.

인도의 카스트와 복잡한 종교는 한국인으로서는 끝끝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계급체계인 카스트는 현대에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결혼, 사회적 교류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종교는 10명 중 8명이 힌두교이며, 이슬람교는 100명 중 14명으로 두 번째다. 제3의 종교는 뜻밖에도 기독교이다. 이밖에 시크교, 불교, 자이나교 등 소수 종교가 다수 존재한다.

인도의 빈부격차는 엄청나다. 성인 1인당 재산 평균값과 중간값의 비율이 클수록 빈부격차가 큰데 인도는 4.5배, 중국은 2.8배, 한국은 2.4배이다. ’세계 부 보고서 2021‘에 따르면 인도는 상위 1%가 전체 부의 40.5%를 차지했다. 상위 5%와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1.7%, 72.5%였다.

인도의 산업 구조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종사 인구수는 농업이 43.9%, 제조업이 25.3%, 서비스업이 30.7%였다. 하지만 GDP 비중은 2022년 기준으로 서비스업이 48.4%로 가장 높고, 이어 제조업 25.7%, 농업 16.7%였다. 농업 인구는 많으나 부가가치가 낮고,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은 기반이 취약하며, 서비스업과 중화학공업만 발달한 기형적인 산업 구조이다.

인도의 교역 구조를 보면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2022년 무역 적자는 1,600억달러가 넘었다. 최대 수출품은 석유화학 제품이며 최대 수입품은 원유이다. 수출품에는 3차 산업 제품과 농수산물이 혼재돼 있으며, 수입품에는 천연자원과 귀금속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대 수출 대상국은 미국이며,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다. 한국과 인도의 교역 규모는 연간 약 200억달러이며, 인도 입장에서 수입이 많은 일방적인 구조다

◆ 이 곳을 알면 인도가 보인다: 인도의 경제 중심지

인도의 경제 중심지는 경제 규모 기준으로 마하라슈트라, 타밀나두, 우타르프라데시, 구자라트, 카르나타카 등 5대주이다.

인도의 주요 산업 지역은 해안가에 몰려 있다. 마하라슈트라는 인도 서부에 위치한 주로 주도는 뭄바이다 뭄바이는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다. 타밀나두는 동남부에 위치해 있으며 주도는 첸나이며, 이곳은 제조업 중심지다. 카르나타카는 남서부에 위치한 주로 주도는 IT 중심지인 벵갈루루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외국계 기업들은 뭄바이, 첸나이, 벵갈루루 등에 주로 입주해 있다.

뭄바이에는 대부분의 인도 금융기관 및 2개 주식거래소가 있다. 한국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도 대부분 이곳에 본사 또는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인도의 금융업은 은행 산업 위주로 한국의 80년대 느낌이다. 총 12개의 국영상업은행이 은행 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21개 민간은행, 비은행금융회사, 다수의 소규모 지역 은행들이 있다.

IT 강국답게 무선 결제가 매우 발달했다. 인도판 카카오페이 ’페이티엠(Paytm)’은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해 2021년 말 기준으로 총 가입자수가 4억5천만명이며 한달에 1회 이상 사용자는 약 1.5억명, 한달 기준 총 결제횟수는 12억회를 넘어섰다. 인도 국적자라면 화폐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페이티엠은 인도인의 금융 생활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또 은행계좌-주민등록증-핸드폰 번호를 연결하는 ‘JAM 트리니티’라는 정부 정책은 금융 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IT 중심지인 벵갈루루는 인도의 미래를 상징하는 도시다. 인도의 100만명 이상 대도시 가운데 살기 좋은 도시 부문에서 항상 1등을 차지한다. 현재 인도 스타트업의 10개 중 4개가 창업하는 스타트업의 메카이다. 벵갈루루는 처음에는 방위 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했지만 이후 IT 기업이 입주하면서 인도는 물론 서남아시아의 대표적인 IT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도 서남아시아 최대의 R&D 센터를 벵갈루루에서 운영하고 있다.

타밀나두는 제조업의 메카이다. 중심 도시인 첸나이는 현재 인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다. 1997년 현대자동차도 첸나이에 진출해 그 이듬해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인도는 1년에 약 45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구자라트는 원래 정치 중심지에서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발전했다. 독립 시기에 인도를 움직인 다섯 영웅 중 셋이 구자라트 출신이다. 현재 인도 총리인 나렌드라 모디는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구자라트에서 14년동안 주지사로 재직했다. 모디 총리는 이 곳에서 주지사 재임 중 인프라 건설, 공공서비스 부문의 효율성 제고, 주 정부 재정 건전화, 각종 규제 정비 등으로 커다란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인도는 복제약으로 유명한 국가다. 제약사의 약 30%가 구자라트에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품 제조 공장만 130여개이다. 구자라트는 또 면화, 땅콩, 담배 등 환금 작물도 활발하게 재배하는 등 여러모로 축복 받은 땅이다.

◆ 이 사람들을 알면 인도를 알게 된다: 인도의 파워엘리트

인도의 파워엘리트 그 첫 번째 인물은 나렌드라 모디 총리다. 역대 14명의 인도 총리들과는 다른 거의 ‘신인류급’ 총리다. 1947년 인도 독립 이후 출생한 최초의 총리로 하층 카스트 출신이며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으며 친자본주의적 친미 성향의 인물이다. 현재 인도 집권당인 BJP의 뿌리는 인도의용단(RSS)이다. RSS는 힌두교 우월주의 정치 조직으로 독립 이후 여러 개의 휘하 조직을 보유한 정치 조직으로 성장했다. 마하트마 간디를 암살한 범인이 RSS 동조자였다.

모디 총리는 2002년 3월 구자라트에서 발생한 고드라 폭동 사건 당시 주지사로서 이슬람 교도에 대한 힌두교도들의 조직적인 테러에 적절하게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종교 갈등으로 기업가들이 구자라트에 대한 투자를 꺼리자 과격한 힌두교 우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경제 개발의 주인공’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실제로 인도내 유명 자동차 회사 및 다른 업종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었다. 2014년 총리에 취임해 소득 성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외국에서는 모디 총리를 힌두교 우월주의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지도자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인도 내에서는 ‘인도다움’을 회복하고 정세 불안, 치안 부재 등을 해결한 힘있는 지도자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친기업적, 친시장주의적 경제 정책을 이어나가 인도의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폭넓게 퍼져 있다. 모디 총리는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막강한 카리스마로 2024년 5월 치러지는 선거에서 삼선이 유력하다

인도에서 주목해야할 파워엘리트는 상인 집단이다. 상인 집단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도 경제와 산업계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 인도에서는 ”할 거 없으면 장사나 하지“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대대로 특정한 지역 출신 또는 특정한 부족이 인도 경제와 산업계를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다.

인도의 10대 부호는 파르시, 마르와리, 구자라티 집단이 3등분하고 있다. IT 붐을 타고 새롭게 설립된 IT 기업과 스타트업들도 대부분 이들 3대 집단 출신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가 없고, 일단 대기업 집단으로 올라서기만 하면 업종 진입의 제한없이 문어발식 경영이 가능한 인도의 산업 환경 덕분이다.

파르시 집단은 약 5만명에 불과하지만 ‘인도의 유대인’으로 타타그룹, 고드레지그룹, 인도혈청연구소 등을 배출했다. 원래 이란 계통인 파르시 집단은 1850년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목화 산업과 중국에 대한 아편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이후 철도, 조선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뭄바이의 주요 부동산 대부분은 파르시 집단이 소유하고 있다.

마르와리 집단은 인도 북서부 사막 지역인 라자스탄 출신으로 북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며 19세기에 캘커타를 포함해 웨스트벵갈의 대도시에 소재한 대부분의 상점을 소유했다. 마르와리 집단이 배출한 기업은 비를라그룹, 아르셀로미탈, 바자르그룹 등이다.

파르시와 마르와리 집단이 수백년에서 천년동안 서서히 성장하고 세력을 확장했다면 구자라티 집단은 구자라트가 정치적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최근 그 세력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가문으로는 인도 최고의 부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무케시 암바니와 가우탐 아다니다. 금융 분야에서는 코탁 마힌드라 은행의 창업주인 코탁 마힌드라 등이 있다.

◆ 인도의 정치와 행정, 사법부, 언론

인도의 정치와 행정은 한국사람들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연방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의무가 분리돼 있다. 이를테면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 등을, 지방정부는 교육, 의료 등을 맡고 있다.

인도를 실제로 움직이는 집단은 정치인 및 도처에 포진하고 있는 고위 공무원들이다. 정치인은 연방의회 하원의원, 주의회 의원 등이다. 연방의회, 주의회는 대개의 경우 자신들이 소속한 지역, 카스트, 가문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인도에서 선거는 정치적 행위라기보다는 경제적 거래의 형태이다.

이에 비해 국립행정고시(IAS)를 위시한 각종 고시를 통과한 직업 공무원들의 역량은 높은 편이며 이에 따라 특권의식도 상당하다. 일반인들과 마주치는 하급직 공무원들의 역량은 낮고 부패 수준은 높은 편이다.

인도의 사법부는 느리고 무능력한 재판 진행으로 악명이 높다. 22년째 살인사건이 진행 중이고, 멀쩡한 사람도 죽은 사람으로 만드는 부패한 행정체계가 그 단적인 예다. 재판 지연의 사례는 3급심에서 특히 심하다. 현재 4천만건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25% 이상이 5년 이상 재판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법부가 마치 행정부처럼 역할을 하는 사례도 많아 판사가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판사 아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막대한 규모의 판사 퇴직금은 국제적인 판례와 동떨어진 황당한 판결을 남발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국계 기업의 승소 사례도 빠르게 늘어나며 개선되고 있다.

인도는 언론사는 많지만 언론 자유지수는 낮다. 광대한 면적과 다양한 언어로 인해 엄청난 수의 언론이 성업 중이다. 위성채널 TV는 500여개이며 이 가운데 80개는 뉴스 전문 채널이다. 신문은 7만여개이며 하루에 1억부의 신문이 팔린다. 2000년대 초반에는 언론자유가 상당부분 보장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힌두 국수주의가 득세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 이 방식을 알면 인도에 진출할 수 있다: 인도 진출시 유의할 점

인도 진출 시 마음가짐, 유의점, 인사전략, 소송 등 법적 분쟁시 해결 원칙을 제안해 본다.

먼저 인도에 진출하기 전 마음가짐이다. 한국과 인도는 서로 다른 나라가 아니라 서로 다른 우주이다. 인도에는 ‘선악’이라는 개념이 없다. ‘이익’이 되느냐 안되느냐만 있다. ‘공동선’이나 조직을 위해 개인이 희생하는 이런 개념은 절대 없다. 낮은 충성도, 잦은 이직, 즉각적인 금전적 보상에 반응하는 태도를 보인다.

인도인은 거짓말하지 말라고 화를 내는 한국인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다. 힌두 경전에서 화내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고 가르친다. ‘약속’ 특히 말로 하는 약속은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뿐이다. 지켜지면 내 덕이고, 안 지켜지면 네탓이다. 서면 합의도 툭하면 무시하는 나라에서 구두 합의는 손쉽게 깨진다. 첫째도 계약서, 둘째도 계약서, 셋째도 계약서이다.

인도의 사업 환경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약탈적’이다. 약점을 보이면 틀림없이 공격당한다. 같은 친족, 카스트, 부족과 외지인, 다른 카스트, 외국인을 대할 때 차이가 심하다. 외국기업의 영업형태를 기막히게 파악하고 외국기업을 어렵게 한다. 계약 상대방과의 합의 내용을 어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유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데드라인은 외국기업의 최대 약점이다. 시간에 쫓기면 백전백패이다.

인도에 진출하면 겪는 일들이 있다. 협상의 초기부터 고위급이 관여하는 일이 빈번하다. 인도인들은 실무자만 참여하면 ”한국사람은 협상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는 모든 일이 다 ‘협상’이다. 한국식 표준거래약관이나 표준거래계약서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한다.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초짜에게 독소 조항이 가득한 초안을 들이민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된 후에 서명할 필요가 있다. 소송을 하려면 처음부터 비싼 법무법인을 택해야 한다. 돈 몇 백만원 아끼려다 몆 억원 손해본다.

계약 내용 협상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서명을 앞두고 이미 다 합의한 내용에 대한 재협상의 요구가 빈번하다. 이미 본사 보고 및 의사결정이 이뤄진 다국적 기업을 골탕먹이는 전술이다. 계약 내용 이행 중에도 납품 단가 조정, 세부 설게 변경 등 요구가 빈번하니 이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도에서는 소송을 절대로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인도에서의 소송은 생활의 일부분이며 사업의 동반자이다. 안타깝게도 소송 절차는 매우 느리며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다. 최근 들어 외국계 기업이 승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인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연방제적 성격이 매우 강한 나라다. 중앙정부, 주정부, 시 정부가 따로 논다. 지방정부의 정권 변동, 정책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행정 조치나 급격한 정책 변동이 빈번하다. 이를테면 홈페이지 주소를 잘못 적었다가 사업장이 폐쇄되는 사례가 있다.

인도 진출 기업을 괴롭히는 최고의 골치덩어리는 세금이다. 인도는 간접세 위주이며 세금납세자의 비율이 소수에 불과하다. 소득세, 재산세 등 직접세를 정교하게 규정하고 부담시켜서 징수할 능력이 낮다. 결국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손쉬운 타깃이 필요한데 그 타깃의 하나가 외국계 기업이다. 그 사례가 있다. 영국의 통신사 보다폰은 홍콩에 있는 인도 통신 회사의 지분을 매수해 인도 진출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해외에서 이뤄진 인도 기업 주식의 매매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했다. 보다폰이 이에 반발해 소송이 벌어지고 5년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 끝에 인도 정부가 패소했다. 그러자 인도 정부는 해외에서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도 소급 과세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도입했다.

또다른 사례가 있다. 인도 정부는 외국계 기업의 인도 자회사에서 근무하는 외국국적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일반 부가가치세 대상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폈다. 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거의 대다수의 인도 진출 기업에 해당한다. 일본계 기업들은 소송 불사의 입장을 보였다. 현지법인 관리직 인원의 30% 이상을 조세 담당자로만 채우는 현실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우리와 비슷한 교역구조를 가진 일본은 인도에 어떻게 진출했나? 일본정부는 1958년부터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를 통해 인도에 무상 또는 저리 원조를 했다. 이후 지속적 교류를 바탕으로 친밀도를 구축했으며, 연례 셔틀 정상외교를 펼치는 친밀한 관계로 발전했다. 인도 내 일본 교민수는 10만명에 달하며 그 네트워크는 실핏줄처럼 퍼져 있다.

일본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인도에 약 387억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모디 총리가 주지사를 역임한 구자라트 지역에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하게 진출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에 54억달러를 투자하는데 그쳤다.

◆ 2024년 이후 인도 전망

인도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7.3%의 경제 성장률로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인도 경제는 매년 6.7% 성장해 현재 약 3조 달러의 규모에서 2031년에는 7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약 2,400달러 수준의 1인당 GDP도 4,500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리고 독일, 일본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4월~5월에 진행되는 인도 총선에서는 2029년까지 인도를 경영할 집권당 및 총리를 선출한다. 2024년 들어 현재 집권당 BJP가 다시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가운데 현재처럼 단독 과반수 구성이 가능할지 아니면 연정이 필요할지만 문제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까? 결론은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즉시 중국의 성장이 멈추고 인도가 과거 성장률 5.8%를 지속할 경우 약 30년안에 인도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기록한 평균 성장률 9.3%의 절반인 4.65% 성장하고 인도가 5.8%의 2배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27년이 걸린다. 지난 30년간 인도가 기록한 최고 성장률은 8.8%였다.

가장 현실적으로 인도가 5.8%의 성장률을 유지하는 동안 중국의 성장률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가정하면 인도가 중국을 추월하는 기간은 약 154년이 걸릴 전망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따라잡지도 못할 인도에 대해 관심을 꺼도 될까? 그렇지 않다. 인도는 많은 장애물에 직면해 있지만 강점도 많아 미래가 희망적이다. 인도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35세 미만의 청년층 특히 실력이 뛰어난 IT 엔지니어들이 500만명에 육박하며, 매년 천만명씩 취업 시장에 공급되는 인력 규모, 그리고 중국을 대체하려는 주요 선진국들의 전략, 점차 개선되는 조세 및 거버넌스 시스템 등은 인도가 가진 강점이다.

결론을 대신해 몇가지 문제 제기를 해본다. △인도에 진출할 것인가? 인도와 교역할 것인가? △고비용 고수익 국가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저신뢰 사회에서 어떻게 사업을 펼칠 것인가? △일본의 인도 진출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인도만이 정답인가? 방글라데시, 동남아 등이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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