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기후 위기 시대, 한국의 미래와 생존 전략은?
[영림원CEO포럼] 기후 위기 시대, 한국의 미래와 생존 전략은?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4.01.08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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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19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기후 변화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요소다. 기후는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도 기후 문제에 공감은 하고 있지만 어떠한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것인지 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4일 19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시대 한국 기업 혁신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홍 교수는 ”기후 변화는 환경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기후 문제는 곧 경제 문제이다. 2024년 경제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데 기후전망도 마찬가지다. 거시경제도 어렵지만 기후 리스크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라며, ”한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려면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위협을 해결해야 한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두고 가치가 충돌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중심과 전기요금 정상화 등은 반드시 가야할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기후 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 = 지난 2000년간 전 세계 GDP 변화를 보면 1800년까지 실질 성장률은 제로였다. 1800년 이후 지금끼지 200년동안 전 세계 GDP는 약 100배 증가했다. 전 세계 경제의 이같은 비약적인 성장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량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 화석연료가 바로 놀라운 고속 성장의 배경이었으며, 여기에 전기까지 더해져 인간의 삶의 질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70여년 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챘다. 50여년간 왜 지구는 더워지며,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놓고 논쟁이 펼쳐졌다. 현재 전 세계 99%가 넘는 과학자들은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은 인간이 사용하는 화석연료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연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화석연료에 기반한 경제활동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활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구 온도를 측정한 것은 1880년부터인데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혁명기에 비교해 1도 올랐다. 쉽게 비유하면 사우나의 온탕과 냉탕 차이다. 만일 1.5도 올라가면 재앙 수준의 기후 피해가 예상된다. 이런 추세라면 1.5도 올라가는데 7년 정도 남았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가 전 세계의 기후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는 미국, 유럽에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누적 탄소배출량을 보면 미국이 압도적 1위로 유럽 27개국보다 많다. 탄소가 배출되는 4대 부문은 전기, 산업, 수송, 건물이다. 한국은 전기, 산업 부문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미국은 수송 부문의 비중이 가장 높다. 미국은 자동차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국가다.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1년 기준 세계 7위로 전 세계 배출량의 1,65%를 차지한다. 기후 위기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이다.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폭망의 길로 간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 변화 해결하는 가장 싼 기술은 ‘화석연료 줄이는 것’ = 우리의 미래는 장밋빛인가, 회색빛인가? 경제학자 토머스 맬더스는 미래 예측에 비관적인 인물로 1798년 출간한 <인구론>에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는 식량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돈 없는 가정에서는 애를 낳지 말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쳤다. 반면 케인스는 낙관주의자였다. 20세기의 논쟁적 경제학자인 케이스는 100년 뒤 인류의 절대 빈곤은 사라질 것이고, 지속적인 자본축적과 기술진보로 대부분의 경제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예측했다. 결과는 둘 다 틀렸다. 식량 문제는 녹색혁명으로 해결했으며, 현재 인류의 1/8에 해당하는 10억명이 전기를 쓰지 못할 정도로 빈곤에 처해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데 너무 비관적이어도 너무 낙관적이어도 안된다. 냉철하게 전후좌우를 살펴 미래에 후회하지 않을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해 낙관적인 경제학자들은 획기적인 기술이 나와 단박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기후 변화는 해결하더라도 생태계를 교란할 여지가 있어 문제가 있다. 기후 변화를 해결하는 가장 싼 기술은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이다. 울산은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중화학 공업의 산실이었다. 그 과정에서 울산을 가로지는 태화강은 죽음의 강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10여년의 복원 사업으로 울산의 자랑이 되었고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국가 정원이 됐다.

한국의 지난 60년간 환경 연대기는 세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검은 연기 시대’, ‘흰 연기 시대’, ‘연기 없는 시대’가 그것이다. 1962년 울산 신정동에 세워진 공업탑에는 ”...제2차 산업의 우렁찬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산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 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이에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한국은 1962년부터 1991년까지 이 ‘검은 연기 시대’에 평균 경제성장률 9.2%를 기록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은 ‘흰 연기 시대’를 맞이했다. 약 20년간 이어진 흰 연기 시대에 한국은 페놀 낙동강 오염 사건, 국책사업 추진 갈등, 쓰레기 종량제 등을 겪었다. 이후 한국은 '연기 없는 시대' 곧 ‘기후 변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RE100, ESG, CBAM, 순환경제, 제로 폐기물, 탄소중립 등의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한국 사회가 원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의 압박에 기인한 것이다. 경제 관점이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문제는 한국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공감하고는 있지만 그 해결 방향성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50년대 한국의 산림은 황폐했다. 그런데 국가 차원의 산림 복원 프로젝트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조림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가 됐다.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순천만도 그러하다. 자연 생태계의 보존으로 우리나라 1호 국가 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을 찾는 관광객이 1990년 10만명에서 2023년에는 1,380만명에 이르렀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 ‘완화’와 ‘적응’ = 기후 위기 시대에는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이다. 물리적 리스크는 기후 변화로 인한 물리적 피해 비용이다. 가뭄, 홍수, 산불 등이 상시적으로 발생해 국가, 기업, 개인 모두에게 영향을 끼친디. 전환 리스크는 탈탄소 경제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은 두가지다. 첫째는 기후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완화’이며, 둘째는 더워진 지구 환경에 맞춰 살아가는 ‘적응’이다.

완화는 기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국가와 기업의 전환 리스크와 직결돼 있다. 탈탄소 전략의 성패에 따라 한국경제의 생존과 발전이 결정된다. 적응은 기후 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와 연결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홍수, 가뭄과 산불로 인한 인명 및 물적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가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지속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완화든 적응이든 효과적인 정책을 세우려면 자원의 효율적이고 공평한 배분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경제학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후문제는 경제문제이자 경제학의 연구 대상인 것이다.

2017년에 ‘한국에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피해 비용 추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2060년까지 강수량 예측치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연간 강수량이 1% 증가하면 경제적 피해 비용이 무려 4.5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60년까지 자연재해로 인한 우리나라의 최대 연간 피해액은 23조7천억원으로 국내 GDP 전망치의 1.03%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액 규모가 6조원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월드뱅크는 기후 변화 정책은 환경부가 아니라 기재부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뉴 노멀로서의 탈탄소 무역규범 정착 = 2020년대 세계경제는 탈탄소 무역질서가 새로운 국제무역 규범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까닭을 글로벌 기업, 국제 금융 시장, 국가 정책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여기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개념이 RE100(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 100%),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세가지다.

먼저 RE100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시민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쓰겠다며 녹색전환 경영전략을 펴고 있다. 현재 39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RE100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사슬로 연결돼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애플에 제품을 납품하려면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러한 압박을 받고 있다. 문제는 100%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 연도를 2030년으로 정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RE100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해외 기업들의 한국 내 투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 결과는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산업공동화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ESG는 금융기관이 투자를 할 때 기업이 얼마나 환경을 보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노력하는가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있다.

그리고 CBAM은 탄소 감축 노력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국가의 기업을 상대로 물건을 수입할 때마다 사실상의 세금을 매기겠다는 무역규제 정책이다. 전통적인 국제무역 질서와 규범을 넘어서 탈탄소 뉴 노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84%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마당에 국내의 태양광 기업이 국내 공장 문을 닫고 미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석유, 석탄, 가스 등 세가지의 전통 에너지가 90%를 차지하는 유일한 국가이다.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8.6%로 OECD 38개 국가 중 압도적으로 꼴찌다.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평균은 30%가 넘으며, 일본은 20% 이상, 중국은 30%에 육박한다.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정책인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나 정치인 심지어 전문가들조차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관한 오해가 있다. 태양광 패널이 유해 중금속 덩어리하는 소문은 완벽한 거짓이다. 태양광 발전소는 모래 성분인 규소 95%로 만들어져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독일은 오래된 태양광 패널을 수집하고 운반해 재활용한 후 판매하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또 한국 날씨는 재생에너지에 맞지 않는다는 오해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은 한국보다 연평균 일사량이 낮다.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에는 한국의 여건이 훨씬 좋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너무 비싸다는 오해이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아직 다른 발전원에 비해 대체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2022년 들어 국제 에너지 공급 교란과 유럽에서의 전쟁으로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해 우리나라에서도 석탄과 가스 발전 단가가 크게 올랐다. 해외의 경우에는 태양광과 풍력같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 됐다. 우리나라도 2030년에는 태양광과 육상풍력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의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계 바꿔야" = 혹자는 한국의 경쟁력은 싼 전기요금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사실 한국만큼 전기 값이 싼 나라는 없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전기 생산비용이 엄청 뛰었는데도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의 적자규모는 2022년 30조원에 달했다. 원가 보전도 안되는 전기요금 구조 속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생기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에너지 가격체계를 바꿔야 한다. 전기요금이 합리적으로 책정돼야 전기 사용을 줄이고 탄소도 적게 배출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을 두고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이제는 전통 에너지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공급 중심에서 디지털 기반 수요관리 중심으로, 낮은 요금 중심에서 요금 정상화로, 집중형 발전 중심에서 분산형 발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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