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2024년 경제 키워드는 ‘제약된 리바운드’”
[영림원CEO포럼] “2024년 경제 키워드는 ‘제약된 리바운드’”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12.11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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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원 박사(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189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임지원 박사(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가 7일 189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4년 경제전망과 주요 리스크 요인’을 주제로 강연했다. 임 박사는 “2024년 경제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약된 리바운드(Constrained Rebound)’다. 한국은 2023년보다 약간 나아져 1%후반대 또는 2%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세계경제는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고 산업별, 국가별 경기 격차는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4년 경제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미국경제 강건성의 지속가능성 △인플레이션 하락속도 △금융불균형위험 누적과 통화정책 등을 들었다. 다음은 강연 내용

◆2024년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지속…산업별·국가별 경기격차 점차 축소 전망 = 작년 이맘때 2023년 경제 전망을 하면서 그 키워드는 ‘비탈길 내려가기’라고 했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내려갈지가 관건이며 내려가다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기본적인 방향으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하락을 얘기했는데 인플레이션 하락은 예상과 얼추 비슷했지만 성장은 전망보다 좀더 많이 내려갔다.

롤링 리세션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롤링 리세션은 다같이 리세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리세션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이 롤링 리세션은 코로나 경기 순환기를 잘 표현한다. 통상적인 경기 순환기에는 경기침체나 회복이 전 산업에 걸쳐 동시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코로나 경기순환기에는 경기회복 및 침체가 순차적으로, 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산업간 경기 격차가 확대됐다. 이렇게 산업별로 경기가 차별화되다 보니 어떤 산업을 집중하고 있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경기도 차별화됐다. 즉 각국의 산업 구성이나 코로나에 대한 정책 대응 성공 여부, 지정학적인 위험에 대한 노출도 등에 따라 국가간 경기 격차가 커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경기순환기에는 주식, 주택가격 등 주요 위험자산 가격의 상승이 실물 경제 회복 속도를 크게 상회했다.

2024년 세계경제는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별, 국가별 경기격차는 점차 축소할 전망이다. 2023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주요국을 중심으로 크게 하락했는데 2024년에도 하락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요 동인이 국가별로 차별화되는 가운데 하락속도는 큰 폭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정책금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매파적 동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 기간동안 관망 모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실물경제 상황 = 국내 실물경제 상황을 보면 먼저 생산 측면의 경우 반도체 부문의 생산 증가에 힘입어 생산 활동은 어느 정도 저점을 벗어나는 모습이다. 제조업 재고 상황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조정되고 있으나 다른 산업의 재고 수준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수요 측면의 경우 수출은 2023년 중반 이후 완만하나마 증가세로 전환했다. 반도체 수출은 그동안의 침체에 따른 기저효과로 한동안 증가추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최종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내 소비는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이다. 명목소비는 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완만하나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증가폭이 지속적으로 둔화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국내 소비 환경은 고용 상황의 개선 흐름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비용, 실직소득, 자산효과 등도 2023년 상반기보다 덜 우호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고정 투자는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설비투자는 완만하게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건설투자는 2023년에 수주 지표가 부진해 2024년 하반기에 위축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추이를 보면 2023년 9월 이후 소비자 인플레이션이 소폭 반등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변동성이 높은 농산물, 석유류 가격의 상승이 주도했다. 2024년에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한국경제는 2023년보다 높은 성장률를 보이겠지만 광범위한 산업에서의 회복은 시기상조일 듯 싶다.

◆2024년 경제의 톱3 고려사항 = 2024년 경제의 톱3 고려사항으로 미국경제 강건성의 지속가능성, 인플레이션 하락속도, 금융불균형위험 누적과 통화정책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미국경제 강건성의 배경을 보자. 미국경제는 금리인상 속도가 과거 금리인상기와 비교해 매우 공격적이었던 반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로의 파급효과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명목정책금리는 가파르게 인상된 반면 실질 금리는 2023년 중반까지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렀다.

미국경제에서 가계 부문은 고정 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이 기존 대출자의 이자비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신규대출, 주택구입 수요, 주택건설 등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유효하다. 기업 부문은 직접 금융의 발달로 고정금리 부채 및 장기부채의 비중이 높아 이자부담 상승 정도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제한적이다. 금리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정책효과의 발현을 지체시키는 경향을 띠고 있다. 미국경제에서 기업 부문의 자금조달은 코로나 발생 이후 1년여간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이자비용은 시장금리를 상당폭 하회했다. 2024년 이후 회사채 만기도래액이 점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긴축효과가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경제는 2023년에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내수진작 효과가 있었던 반면 물가압력 및 장기금리 상승 등 부정적 여파로 점증했다.

미국경제의 강건성의 배경에는 제조업 리쇼어링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미국 제조업 기반 확대, 공급망 안보 강화 등을 주요 경제 의제로 추진하며 리쇼어링을 지원했다. 2021년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이 그 예다. 하지만 제조업 숙련 인력 부족 및 제조업 관련 인프라 미비, 인건비 증가 등은 리쇼어링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하락하고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에서의 중국 생산 비중 감소로 이어졌다. 세계 교역 규모가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미국 경기의 승수 효과의 감소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인플레이션 하락속도는 어떠할까. 인플레이션에는 일시적, 경기적, 구조적 요인이 있다. 먼저 일시적 요인으로 2022년 중반 이후 공급망 병목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되면서 재화 가격을 중심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크게 둔화했다. 공급측 요인의 개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하락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글로벌 유가 움직임에 대한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수산물 가격, 환율변동성,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경기적 요인으로 미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 생산갭이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상황이 국가별로 차별화됨에 따라 서비스물가 현황, 주요 동인 등이 국가별로 상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글로벌 분절화가 진행되고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등 글로벌 정치 경제 환경 변화는 장기간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금융불균형위험 누적과 통화정책을 보자. 코로나 발생 이후 1년여간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채가 증가하며 매크로레버리지가 크게 확대했다. 경기침체기에는 대개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이 일어나며 그동안 누적된 금융불균형 위험이 해소되는 경향을 띤다. 2021년 중반 이후 정책금리 축소, 금리인상 등이 이어지면서 디레버리징이 진행됐으나 2023년에 증가세가 재개됐다.

코로나 이후 레버리지 확대는 한국은 민간부문이, 주요 선진국은 정부부문이 주도했다. 한국의 매크로레버리지는 최근까지도 계속 확대되면서 글로벌 디레버리징 추이와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한국 가계 부문 레버리지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확대, GDP 대비 부채 비율이 2020년 3분기 이후 100%를 상회했다. 이는 소비자금융이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다소 하락한 반면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로 부채상황 부담률은 크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담보 대출의 비중은 주요 선진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리 상승에 취약한 구조다.

코로나 이후 늘어난 가계 부문의 대출은 연령별로 차별화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에서는 전세대출 등 주택 관련 가계 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된 반면 고령층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 위주로 확대되고 있다.

자산 대비 부채 부담은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다. 부동산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관련 자산의 가격 조정에 취약한 구조인 반면 금융 자산 가운데 유동 자산의 비중이 높아 다른 금융자산 가격으로 전염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주택가격은 코로나 이후 상승세가 가파라지면서 소득 증가 속도를 크게 추월했다.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이 장기추세선을 상당 폭 벗어나는 모습이다.

2024년 경제전망 요약 = 2024년 경제전망을 요약하면 세계경제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산업별, 국가별 경기 격차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 미국은 통화정책 긴축의 누적효과,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여력 약화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성장세 제약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경기부양책으로 일시적 반등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국은 일부 주력 제품의 수출 증가, 기저효과 등으로 성장률 반등이 예상된다. 다만 국내외 최종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성장모멘텀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하락이 좀더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하락속도는 완만해질 전망이다. 공급망 정상화에 따른 디스인플레이션이 거의 마무리되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유가 불안은 여전하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요측 압력이 소진된 상황이어서 근원인플레이션 하락은 보다 가시화될 듯하다.

금융시장의 관심이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집중함에 따라 기대 변화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할 것이다. 연준의 신중함과 금융시장의 소망스런 기대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2024년 경제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미국경제의 연착륙 여부, 인플레이션 하락속도, 미국 대선 △반도체 사이클 반등 정도, 대내외 부동산 불안, 중국경제 부진 정도 △지정학적인 리스크, 기후 변화 리스크 등이다.

한국은행이 2023년 11월 발표한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2.1%로 2023년의 1.4%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2023년 3.6%에서 2024년은 2,6%, 경상수지는 2023년 300억달러에서 2024년은 49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2023년 2.9%보다 소폭 하락한 2.8% 그리고 주요 국가별로 성장률은 미국은 2023년 2.4%에서 2024년 1.3%, 유로는 0.4%에서 0.9%, 중국은 5.2%에서 4.6%, 일본은 1.7%에서 1.0%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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