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몰입은 행복과 성공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일에 미치지 말고 생각에 미쳐야 한다. 몰입적 사고를 하면 자신의 천재성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황농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겸 몰입 아카데미 대표가 23일 아홉번째 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에서 ‘몰입의 위력’을 주제로 강연했다. 황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왜 몰입적 사고를 해야 하는지를 화두로 던지고 그렇게 하면 창의적으로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고 개인과 조직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문제가 안 풀려도 항상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풀릴 때가 있다” = 풀리지 않는 문제를 얼마나 생각해 보았는가? 1시간, 5시간, 10시간....몰입은 아직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는데도 계속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문제를 푸는 능력은 계속 높아진다.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시간이 걸리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50시간 동안 생각을 하면 기적같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나는 재료 분야에서 50년, 60년, 70년간 해결이 안된 난제들을 몰입적 사고를 통해 해결하는 체험을 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올해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양대가 국내 대학 사상 최고가의 기술이전 사례를 기록하며 정상에 오른 비결로 ‘몰입의 힘’을 들었다. 선양국 교수는 “문제가 안 풀려도 항상 생각한다. 계속 생각하다 보면 풀릴 때가 있다”고 했다. 국내의 모든 대학들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 등에 넘겨주고 받는 수익은 연간 1,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한양대는 배터리 관련 기술을 국내 대기업에 수백억원에 이전했다. 이전에 한양대의 기술이전 수익은 연간 20억~30억원 수준이었는데 한 번에 열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나는 독자에게 메일을 받는데 그 중에는 뉴욕 투자은행에서 기업 M&A 업무를 맡고 있는 자청이 있다. 자청은 올해 5월 메일에서 “황농문 교수의 <몰입>을 읽고 삶이 바뀌었다. 1초도 쉬지 않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과거에는 여러 문제를 생각했지만 이제는 한 문제를 놓고 2시간 동안 생각한다”고 전해왔다.
답을 보지 않고 생각을 하면 수학적인 사고가 발달한다. 외우는 식의 공부는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독자는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한가지 주제에 오랫동안 생각했다. 벼락맞은 듯 강한 전류를 느끼고 0.1초만에 논문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런 사례는 위기감 때문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속적으로 생각할수록 효과는 커지며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몰입적 사고의 원리를 잘 모른다. 몰입적 사고는 단계적인 훈련을 거치면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몰입은 잠재적 능력을 100% 발휘하는 것이다. 나는 7년간 재료 분야의 난제에 도전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도 1초도 쉬지 않고 계속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는 체험을 했다. 의도적인 노력으로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몰입적 사고의 원리파악하면 기적같은 아이디어가 하루만에” = 몰입하는 것은 절에서 스님들이 여름에 3개월, 겨울에 3개월 하는 참선과 비슷하다. 참선은 한 화두만 생각하는데 몰입은 참선보다 훨씬 편하다. 편안 의자에 앉아 졸리면 자고, 깨면 계속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속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몰입도는 올라간다. 1시간 연속해 생각하면 두뇌 가동률이 2%를 발휘한다. 5시간이면 10%, 10시간이면 20%, 17시간이면 34%, 50시간이면 100%로 두뇌 가동률이 높아진다.
아이디어는 수면 상태에서 잘 떠오른다. 낮에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는 수면 상태에서 얻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기억나지 않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인가?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뇌과학을 공부해야 한다. 기억을 인출하는 능력은 잠을 잘 때 고양되고, 깨어있는 동안에는 줄어든다. 그런데 전두엽이 비활성화되면 장기 기억에 쉽게 접근할 수는 있어도 문제를 찾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식은 사라진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창의력을 십분 발휘할 천재적인 뇌가 되지만 문제 의식이 없어 이를 활용할 수 없다. 그러나 1초도 멈추지 않고 문제를 생각하다보면 즉 자면서도 그 문제만을 생각하는 고도의 몰입 상태가 되어 수면 중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는 간밤에 수면하는 동안 이미 만들어졌고, 이를 낮에 깨어있을 때 우연히, 갑자기, 불쑥 떠올리게 된다. 몰입적 사고의 원리를 파악하면 놀라운 문제 해결 능력과 수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기적같은 아이디어가 하루만에도 나온다.
나는 해외 석학들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몰입적 사고로 해결했다. 50시간 몰입의 법칙이 있다. 누구나 몰입도를 100% 끌어올리면 두뇌 가동률은 최대치에 이르며, 해결하려는 어느 문제에 관한 영재의 뇌가 된다. 100% 상태가 몇 개월 지속된다면 진짜 천재가 될 수 있다.
나같은 사람이 석학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를 해결했는데 세상을 바꾼 천재들도 몰입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 예외없이 전부 몰입했다. 뉴턴, 아인슈타인, 워런 버핏, 빌게이츠 등등. 타고난 천재라도 몰입하지 않았으면 업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일례로 스티브 잡스를 보자. 그는 첫 직장으로 게임회사 아타리에 취직했다. 아타리의 창업자인 놀런 부쉬넬의 회고에 의하면 스티브 잡스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최말단 기술자로 채용했다. 스티브 잡스는 근무 첫날부터 그동안 회사에서 금지해온 야근을 자청하며 2년 내내 게임 개발에 매달렸다. 그 때 동료 가운데 나중에 애플의 창업자가된 스티브 워즈니악이 있었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6개월간 퍼플 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하며 아이폰을 개발해 내놓았다. 다 몰입하고 미친 것이었다. 아이폰 신화의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몰입 관점에서 보면 다 설명이 된다.
세계적인 갑부인 일론 머스크는 1주일에 100시간을 일한다. 하루에 14시간씩 일주일 내내 일하기도 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쉬지 않는다. 이는 몰입의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어려울 때는 더 열심히 일해 120시간을 일했는데 이것이 바로 기적같은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이다.
◆“내가 나를 바꿀 수 있다” = 왜 몰입을 하면 놀라운 지적 능력이 발휘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뇌과학의 시냅스를 알아야 한다. 시냅스는 사람의 뇌에 있는 수천억개의 신경세포에서 신경회로망을 만들고 뇌기능을 매개한다. 시냅스는 학습에 의해 생성되는데, 가소적(고체가 한계 이상의 힘을 받아 성질이 바뀌고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이어서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변화한다.
즉 시냅스는 학습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것이다. 시냅스에 미친 학습의 결과가 한 인간의 인격을 구축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자신의 실체는 자신의 시냅스가 어떻게 배선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유지된다. 내가 의도적으로 사고와 운동의 입력을 조절함으로써 나의 시냅스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면 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뇌과학은 뇌 이해의 혁명을 가져다주었으며, 특히 “내가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있는 메시지를 던져줬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의도적인 몰입 이론에는 잠깐동안 하는 약한 몰입과 잠이 든 상태에서도 오랜 시간 몰입하는 강한 몰입이 있다. 강한 몰입을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
우리의 뇌는 요구하는대로 발달한다. 그래서 무엇을 요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 교육의 문제를 생각해본다. 시험 점수를 높이는 교육일 뿐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교육하지 않는다. 이런 우리의 교육 현실은 국제 경쟁력 강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창의성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을 어떻게 해야할까? 세상에는 알려진 지식의 영역이 있다. 이는 인공지능으로 학습이 가능하다. 반면 인류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있다. 이는 인공지능도 모르며 인공지능으로 학습될 수도 없다.
이 알려진 지식의 영역과 미지의 영역의 경계에 ‘지식의 최전선’이 있다. 이 지식의 최전선에 도달하려면 알려진 지식의 영역의 해답이나 해설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다보면 평소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사고체계를 가동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달된다.
이런 몰입적 사고를 알리는 것이 나의 과제이다. 몰입적 사고를 하게 되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워크 하드’가 아니라 ‘싱크 하드’로 일하는 방법 바꿔야 = 몰입은 생각을 한곳에 모으는 것이다. 타깃을 세우고 화장실이나 출퇴근,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이 한가지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을 잊지 않도록 자기 주변의 곳곳에 포스트잇을 해놓거나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면 좋다. 이런 의도적인 노력이 잡념을 이간다.
한 번 만족할 만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자축하는 시간을 갖고 ‘왜 내가 헤맸지’라는 방향으로 복귀를 해봐야 한다.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자신이 자신을 격려하고 축하하면 이후 저절로 다음 문제에 대한 도전 의욕이 생긴다.
회사에서도 싱킹룸이나 싱킹위크 등의 제도를 만들어 운영하면 좋겠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싱크위크’라는 사고 주간을 두어 일년에 두 번, 인적없는 외딴 별장에서 일주일씩 시간을 보내며 몰입적 사고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 중 상당수가 이 사고 주간의 몰입적 사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몰입을 하다보면 잠이 안오는 경우도 있다. 하루 정도에 그치지 않고 계속 잠을 못 잔다면 문제이다. 그래서 운동을 해서 몸을 지치게 만들어야 한다. 밤에 잠을 못 잤으면 낮에 자면 된다. 그래도 계속 잠이 안오면 중단해야 한다.
건강한 몰입을 위해서는 슬로싱킹,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또 단백질 위주의 음식은 건강한 몰입에 도움이 된다. 생각의 강도를 높이려면 에너지가 충만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뇌에 영향을 미치는 오메가3 지방산과 비타민 D의 복용을 권한다.
이제는 ‘워크 하드’가 아니라 ‘싱크 하드’로 일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성실히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 생각하면 남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들은 이 물음에 확신할 수 있는 명확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 지속적으로 고민한다면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나태한 삶을 경계할 것이다. 열심히 생각하는 것에 인생을 던져볼 만하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이냐“라는 물음에 5일간의 몰입 끝에 명확한 답을 냈다. 바로 이 ‘몰입‘ 교육을 알리는 것, 즉 더 많은 사람이 자기 삶에 몰입을 활용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