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한국 경제,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 낮추고 수출선 다변화해야“
[영림원CEO포럼] “한국 경제,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 낮추고 수출선 다변화해야“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07.10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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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사, 18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박사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185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3년 하반기 이후 경제 및 경영 환경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 전망의 상하방 위험 요인으로 △중국 리오프닝의 수출 개선 효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출 개선 효과 △정책 금리 인상의 경기 위축 효과 △미국 은행 위기 확산 가능성을 들고 단기적, 장기적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기로에 선 한국 경제 = 한국은 1997년 외환 위기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상황에서 1~2년이 지난 뒤 위기 관리에 썼던 정책이 회수되면서 경기 진폭이 야기됐는데 바로 지금이 그러한 시기다. 지금은 코로나가 끝나는 무렵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한국은 2020년 코로나 충격으로 GDP가 5%p 하락하며 기존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났다. 기준 금리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 시장에서는 빠르게 나타나지만 실물 경제에서는 2분기 또는 4,5분기가 지나야 그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한국 경제는 2020년 2분기 저점을 찍고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는데 2022년 하반기 이후부터 그 회복세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성장세 약화의 핵심 요인은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 때문이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 수출을 주도하는 제조업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경기 회복의 약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 비중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의 위축이 심각하다. 자동차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제조업이 부진에 빠졌다. 제조업의 전반적인 위축이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반도체 경기가 얼마나 부진한가. 반도체 관련 지표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정도로 악화됐다. 올해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40%가 감소했는데 이는 전체 수출 감소 –12.6%의 –7.9%p를 차지한다.

경기 회복 둔화의 요인을 더 살펴보면 수요 측면에서는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급속히 약화됐다. 내수는 잘 버티고 있는 편이지만 해외 수요 즉 순수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총 수요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수출이 부진한 것은 반도체를 포함한 ICT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의 수출 물량 지수가 떨어진데다 수출 가격 지수가 떨어진 것도 반도체 수출의 위축 요인이다. 주요 국가별 수출에 있어 대중국 수출은 미국, EU에 비해 훨씬 크게 떨어졌으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한국의 GDP 결정의 중요한 분야인데 향후 수출 전망은 세계 경제 전망을 봐야 한다. 올해 절반이 지났는데 세계은행과 IMF의 세계 경제 전망이 너무 다르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1월 1.7%로 크게 낮췄다가 6월에는 2.1%로 상향 조정했다. IMF는 작년 4월 3.6%에서 10월에는 2.7%로 대폭 낮췄다가 올해 4월에 2.8%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1%대 초중반 전망 =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는데 내수는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비교적 견실한 편이다. 당초 소비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다. 소비 지표가 플러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 방역 완화 효과로 여행이나 음식, 숙박업 등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구재 등 상품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0년 하반기 이후 활발하다가 2022년 중반부터는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고용도 제조업 중심의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함에 따라 취업자수는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이 위축되면서 남성 취업자수는 약화되었지만 음식, 숙박업의 활기로 여성 취업자수는 크게 증가하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연령별 고용률에서도 55세 이상이 늘어난 것은 음식, 숙박업에 종사하는 여성 취업자수가 증가한 탓이다.

설비 투자는 주로 제조업에서 이뤄지는데 제조업의 가동률이 68%로 내려간 상황에서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정상적인 가동률은 80% 이상이며, 60%대 초반이면 위기 상황이다. 건설 투자는 건설 수주와 주택 착공 등 2개 지표가 크게 떨어져 앞으로가 문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2021년 4.1%, 2022년 2.6%를 기록했다. 주요 기관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1%대 초중반이다. KDI는 2023년 1.5%, 2024년 2.3%로 전망했으며,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월 1.6%에서 5월에는 1.4%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일부 금융기관들은 1%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상반기가 지났음에도 주요 기관들 간의 성장률 전망의 차이가 오히려 확대된 것은 수출 및 반도체 경기 반등 여부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전망의 상방 위험 요인 = 2023년 하반기 한국 경제 전망의 상방 위험 요인으로는 먼저 중국 리오프닝의 수출 개선 효과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12월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폐기로 중국의 내수 경기가 개선되면서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다. IMF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023년 5.2%, 2024년 4.5%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그 긍정적 효과는 실제로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개선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의 대다수가 제조업체여서 긍정적인 영향은 아직까지는 제한적이다.

한국 경제 전망의 상방 위험의 두 번째는 반도체 경기 회복의 수출 개선 효과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올해 2분기~3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그 이후에는 한국의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PC 및 모바일 기기 수요의 교체 주기와 주요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 상황은 최근 반도체 경기가 저점에 근접해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의 생산 구조와 자본집약적인 특성을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 회복이 다른 산업이나 고용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 계수는 자동차, 선박에 비해 낮다. 고용유발 계수에서도 반도체 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낮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낙수 효과가 낮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 전망의 하방 위험 요인 = 한국 경제 전망의 하방 위험 요인으로는 정책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과 미국 은행 위기 확산 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한국은 2022년에 미국의 금리 인상을 따라갔는데 이 충격이 올해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융 시장에 던진 이 불편한 충격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증가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책 금리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 바로 주택가격의 하락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의 하락은 주택 건설 경기 위축과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 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도 상존하고 있다. 최근 정책 금리의 연속적인 동결은 금융시장 경색을 다소 완화하고 있으나,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미국 및 유로 의 정책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그 추세가 전환됐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미국의 정책 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IMF는 미국의 정책 금리 하향 조정을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임을 시사했다.

두 번째 하방 위험은 미국 은행 위기 확산 가능성이다. 급격한 정책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가격 급락으로 인해,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면서 은행 위기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책 금리의 추가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가 가속화해 진행되면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 문제가 중첩되면서 은행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은행 위기가 글로벌 위기 차원으로 확산될 경우 2024년 선진국 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0.9%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은행의 경우 실리콘밸리뱅크(SVB)형 예금인출 사태 가능성이 낮고, 거시건전성이 높아 위기 전염위험은 낮으나 직간접적 영향으로 경기 위축이 심화될 수도 있다.

탈세계화와 디리스킹 등으로 구조변화 = 한국은 장기적으로 디리스킹(De-Risking) 등 탈세계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로 가속화한 탈세계화는 제조업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분절되고 새로운 통상 환경이 전개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대중국 디리스킹은 탈세계화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요소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을 제정해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 등 4대 핵심 분야 관련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려고 한다.

탈세계화와 디리스킹은 한국이 대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대중 수출의존도 완화 과정에서 일부 산업의 단기적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중간재 수출의 대중국 의존도는 이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기업들의 탈중국 등 수출국 다변화 전략에다 중국의 중간재 자급도가 향상된데 따른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다. 성장은 투입 요소의 증가와 생산성 향상에 의존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 고령화 환경에서 생산성 개선 없이는 2%대 성장률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 30년간 연평균 0.23%p 하락했다.

◆한국,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실시됐던 과감한 정책들의 부작용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2023년 이후 방역 위기 관련 요인보다 금융 위기 관련 요인이 경제·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주도하고 있다.

거시 경제적으로 볼 때 현재 한국 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위험 요인들은 전통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 등 미시적 차원에서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적응 및 대응 전략에 따라 성패가 크게 갈릴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 심화에 따른 거시 경제·기업경영 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위기 전염 및 내부 위험 요인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와 대다수 국내 기업의 관점에서 탈세계화 추세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적 성장 구조를 당장 바꾸기 어렵듯이 기존 사업의 경로 의존성을 무시하고 대중국 의존도를 당장 낮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의 단기적인 비효율성과 비용 지출은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할 것이다. 즉 글로벌 시장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접근 방향을 정립하고, 다양한 지역의 차별화된 수요에 대응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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