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금리상승과 가계부채는 2023년 한국 경제의 뇌관”
[영림원CEO포럼] “금리상승과 가계부채는 2023년 한국 경제의 뇌관”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2.12.0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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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178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1일 178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3 세계경제와 투자자의 안목’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 교수는 세계 경제 5대 위험요인과 한국 경제 5대 위험요인을 들어 “2023년 한국 경제의 뇌관은 금리상승과 가계부채다”라며, “우리나라는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며 공급망 붕괴, 유동성 악화, 원가 급등 등 적대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위기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달러의 초강세 속에서 주요 국가의 통화 가치 하락 =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원자재 가격,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재 세계경제의 키워드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해악이 크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해방 후 우리나라가 토지개혁의 성과를 낸 것은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유상매수와 유상분배를 원칙으로 한 토지개혁으로 소작농은 경작권을 소유하고 가구당 보유할 수 있는 농지는 제한되어 초과 농지는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 유상 매입했다. 한국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가 16배 상승해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됐고 소작농은 땅값 상승으로 커다란 이득을 얻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중산층과 취약 계층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높아진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중산층 이하의 고통은 더해질 것이다.

달러의 초강세 속에서 위안, 유로, 파운드, 원, 엔 등 주요 국가의 통화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올해 초 대비 2022년 11월 기준, 달러 가치는 14.16% 증가한 반면 위안화는 12.33%, 유로화는 11.37%, 파운드화는 14.67%, 원화는 12.88%, 엔화는 20.86% 하락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미국 달러 인덱스는 1973년 100을 기준점으로 115에 근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및 주요 국가의 2023년 경제성장률이 세계는 2.7%, 미국은 1.0%, 유로존은 0.5%, 영국은 0.3%, 한국은 2.0%로 전년대비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5대 위험요인 ‘ABCDE’ = 세계경제 5대 위험요인을 ‘ABCDE’라는 머리글자로 풀어본다.

먼저 A(America’s Terminal Rate)로 금리 인상기의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 수준과 도달 시기이다. 올해 5월만 하더라도 미국의 최종 금리가 내년 6월에 3.25~3.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젠 올해 12월 금리가 4.5~4.75%로 훌쩍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

B(British Government Bond Market)는 영국의 채권 시장이다. 영국 정부가 감세 정책을 내놓은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영국이 처한 고물가 저성장 상황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불확실성,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는 불안요인이다.

C(Chinese Real Estate Market)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 이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임을 확정하며 홍콩 증시는 52주 최저로 폭락했다. 중국은 아파트 분양 구조 자체가 위험하다. 아파트가 약 30% 정도 지어지면 분양을 하는데, 계약금은 30% 정도 내고 나머지 70%는 은행 대출로 갚아간다. 부동산과 관련 산업은 중국 GDP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경제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크다.

D(Developing Countries’ Currency & Debt Crisis)는 개발도상국가의 폭등하는 물가상승에 따른 통화 약세와 채무 위기 문제이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달러 강세가 신흥국 채무 부담 능력에 영향을 주고 있다.

E(European Energy Market Security)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이다. 독일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에너지 가격의 사상 최대 증가폭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8%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132.2% 상승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에 가공할만한 전기료 인상을 우려해 올해 겨울에 장작을 사들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은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 상한선을 80% 높였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내년 전기 계약 요금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 경제 5대 위험요인 ‘LIBOR’ = 한국 경제의 5대 위험요인은 ‘LIBOR’라는 머리글자로 설명할 수 있다.

원래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는 영국 은행 간 금리로 그동안 채권 금리를 대표했다. 그런데 이 리보가 이런저런 문제로 2023년 7월 역사적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어 한국경제 위기의 은유적 표현으로 ‘LIBOR’를 썼다.

L(Liquidity Mismatch)은 유동성 불일치이다.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는 장기 자산과 단기 부채의 불일치를 심화하며 시장 내 자금 경색을 불러 일으켰다. 자금시장 경색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자칫 금융 위기에 준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약화되고 중소형 증권사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문제 해결책으로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확대했으며, 5대 금융지주회사는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의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은 1년 전과 비교해 6.2%% 증가해 베트남에 이어 두번째로 증가폭이 컸다.

I(Interest rate hikes & debt crisis)는 이자율 인상과 부채 위기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하는 운명에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조사에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35개 조사 대상 주요국 가운데 1위였다.

가계부채가 임계수준을 넘어서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금리 상승과 가계부채이며, 이는 2023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전체 가계부채 중에서 2030 청년층의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치솟고 있는 점은 심각성을 더해준다. 자산 규모가 청년층보다 큰 40대·50대의 가계부채 비중이 줄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2030 세대의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은 고령화 현상으로 6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B(Balance of trade)는 무역수지의 악화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올해 4월에서 11월까지 8개월 적자를 기록했다. 그 원인은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데다 원유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무역적자는 가파른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480억달러의 역대 최대치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O(Optimization of Supply Chain Management)는 공급망 관리 최적화다.

R(Real estate market crash)은 부동산 시장 붕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주택거래량은 3만2173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57.3% 감소했다. 매매시장만 얼어붙은 게 아니라 주택 임대시장에선 집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은 건설사들의 줄도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시장은 가계 부채와 직결돼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6.8%다. 주택관련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신용대출을 포함할 경우 주택시장과 연계된 가계대출 비중은 67%까지 상승한다. 부채상환부담이 늘면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주택보유 차주는 소득감소나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충격에 더 취약하다.

◆2023년 한국 경제, 2차전지·정유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 침체 및 둔화 전망 = 2022년 미국의 높은 물가인상과 지속적인 금리인상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23년 세계경제는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통제 중 경기 침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2023년 1분기 미국 금리인상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진전, 중국의 제로코로나 고수 여부는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도사리고 있는 문제는 세계적으로는 주요국 경기회복력 약화, 글로벌 공급망 블록화, 고유가 및 고환율 등이며, 국내 내부적으로는 소비 심리 위축, 코로나 특수 약화, 부동산 시장 위축, 그리고 국내 산업 측면에서는 재고 축적, 노동 및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산업 간 리스크 전이 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5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제조업은 74, 비제조업은 75을 기록했다. 비제조업에서 특히 건설업 체감경기가 크게 떨어졌다.

2023년에 우리나라 경제는 산업별로 2차전지와 정유만 호황을 누릴 뿐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침체, 둔화, 정체 현상을 보일 전망이다. 또 금리 인상, 자재 가격 급등,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비 조달이 어려운 시행사가 부도를 내고, 건설업체가 시행사에 제공한 신용 보강은 실제 재무 리스크로 전이됐다. 부동산 경기가 양호할 때 우발채무는 사업성이 낮더라도 높은 분양률 등에 힘입어 부각되지 않았지만 강원도의 레고랜드 채부 불이행 사태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한 확산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해야할 상황이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동적인 회피 전략은 유효하지 않을 것이며,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매출 하락, 공급망 붕괴, 유동성 악화, 수요 감소, 원가 급등 등 적대적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인 위기 인식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장이지만 기회 포착은 경기 후퇴 이후 성장 동력의 기초가 될 것이다.

2023년 자산배분 전략, 주식이냐 채권이냐 = IMF가 2023년 전 세계 경기의 침체를 예고한 가운데 자산 배분의 투자 환경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으로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시중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해 주식 가격의 하락이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2023년 기금운용의 기대수익률을 5.1%로 잡았다. 이는 2023년에서 2027년까지 5년간 평균 목표 수익률 5.4%보다 낮은 수치로, 내년 시장 환경을 어렵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자산배분은 기대수익률과 위험수준이 다양한 여러 자산군에 투자금을 알맞게 배분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데, 주식과 채권을 일정비율로 투자하는 것이 자산배분의 가장 기초적인 전략이다.

역사적으로 3년 이상 약세장이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2023년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주가는 상승할 수도 있다. 미 연준은 경기를 망가뜨릴 정도로 긴축에 나서지 않고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고환율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보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환율 변곡점과 베이비 스텝 전환점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는 시기가 될 것이다.

증시의 약세에 채권의 매력도가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50년동안 연준은 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한 이후 평균 7개월간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연준은 2023년에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경우 장기물 국채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할 것이다. 연준이나 뱅크오브캐나다보다 늦게 금리 인상을 시작한 유럽중앙은행, 릭스뱅크 등은 덜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금 투자는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나타내면 금의 체감 가격이 높아지게 된다. 금리 상승과 국채 금리 상승, 강달러 국면 속에 금 가격은 계속해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큰 수익을 바라지 않는다면 채권투자가 좋을 것이다. 2023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을 보면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른 2023년 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국내주식 15.9%, 해외주식 30.3%, 국내채권 32.0%, 해외채권 8.0%, 대체투자 13.8%로 나타났다.

◆2023년 하반기로 갈수록 매크로보다는 산업에 집중 = 주가는 단기적으로 회사의 펀더멘탈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매크로 변수에 따라 자본의 이동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아지지 않으면 주식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 채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 주식 투자의 가장 큰 원칙은 주가는 결국 펀더멘탈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2023년은 역발상으로 채권도 주식도 투자하기 좋은 한 해가 될 수 있다. 적정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만기가 긴 채권과 예금이 기회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경우에는 매크로 변수를 보며 2023년 중 주식 비중을 늘려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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