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실리콘밸리 스타일에서 배우는 혁신의 법칙 네가지
[영림원CEO포럼] 실리콘밸리 스타일에서 배우는 혁신의 법칙 네가지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4.09.09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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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종신교수,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혁신’ 주제 강연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종신교수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종신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황승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종신교수가 5일, 197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1987년부터 37년 동안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어로만 강의하며 생활하다가 올해 3월 한글로 쓴 <경영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펴낸 바 있는 황승진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실리콘 밸리의 성공 요인과 리더십, 혁신 프로그램과 관리의 중요성 등을 들려줬다.

황 교수는 ”기업은 어떻게 혁신을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영국의 산업혁명과 실리콘밸리의 창업활동에서 집단혁신의 공식을 배울 수 있다. 그 교훈은 첫째, 우리에게는 혁신을 향한 본능적 욕구가 있으니 이를 활용하자. 둘째, 혁신은 핵심보다는 변방에서 일어난다. 조직의 누구도 혁신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기업은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어 혁신의 본능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구글이나 메타의 프로그램을 흉내내자. 넷째 관리자의 역할은 혁신의 관리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관리자의 작은 결정에 달려 있다“라며, ”마침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AI 기술혁신은 이 모든 교훈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내용.


◆ 왜 실리콘밸리인가?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시의 샌드힐 로드는 불과 1마일(1.6km) 정도 밖에 안되는 길이지만 실리콘밸리와 미국경제를 만든 상징적인 장소이다. 이곳은 세계 벤처 투자의 중심지로 클라이너 퍼킨스, 세쿼이아 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 등 50여개의 벤처캐피탈이 있다. 지난 50년 동안 미국에서 상장된 기업 중에 수적으로는 50%, 가치로는 75% 정도가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회사였다.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은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제도’가 국가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제러드 다이아몬 교수가 <총 균 쇠>에서 지리적 위치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었다.

아세모글루와 로빈슨은 ‘문화, 제도, 기술, 시장’이 얽혀 한 국가의 성공을 만든다라면서 그 예로 영국의 산업혁명을 들었다. 왜 17~18세기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그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1666년 흑사병의 재발로 농노의 수가 감소하고 이는 노동력의 부족과 노동력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땅을 소유한 귀족들을 압박했다. 그러자 영주들은 국왕을 설득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말로 안되니까 1688년 명예혁명을 이끌었으며 이듬해인 1689년에 새로운 법인 권리장전을 만들었다. 이 즈음 지적 재산권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707년에는 스코틀랜드를 병합해 대영제국을 만들고 미국 식민지 등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결국 1760년대에 일어난 산업혁명의 배경은 첫 번째가 제도의 정립이며 두 번째는 시장의 확장이었다. 여기에다 면, 석탄, 증기 등 세가지 천연자원에 대한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일하는 공장시스템이 만들어진 것도 산업혁명의 배경으로 들 수 있다.
실리콘밸리 역시 영국의 산업혁명과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즉 진취적인 문화, 선진 기술, 시장 접근성, 기업에 우호적인 제도적 환경 등 네가지가 실리콘밸리의 성공 배경이다. 캘리포니아는 다양한 집단이 모여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형성했는데 이 문화는 모험심 강한 예비 창업자들을 실리콘밸리로 끌어들였다. 또 실리콘밸리는 기업에 우호적인 제도적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성공률을 극대화해주고 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탠퍼드, 버클리, UCSF 등은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라는 한 지역의 혁신 공식은 무엇일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를 ‘실리콘밸리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그 법칙은 1. 우리에게는 혁신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있다. 2 혁신은 핵심이 아니라 변방에서 일어난다. 3 기업은 혁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4. 혁신 관리에서 간발의 차가 운명을 가른다 등 네가지이다.


◆ 우리에게는 혁신에 대한 본능적 욕구가 있다


미국에 ‘세이프웨이’라는 슈퍼마켓이 있다. 언젠가 여자 30~40명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 요구사항이 성별 차별을 멈추라는 것이었다. 이 슈퍼마켓에는 두가지 종류의 작업이 있는데 하나는 계산대에서 일하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창고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선반에 올리는 것이다. 여자 직원들이 반발한 것은 계산대에서만 일하다보니 생각할 필요가 없으며, 선반에 물건을 올리는 일이 비록 힘들지만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점장은 힘든 일은 남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차별 정책이라는 주장이었다.

또 하나의 예로 에릭 위안이라는 사람은 화상회의 회사인 웹엑스의 창립 멤버였는데 이 회사가 시스코에 인수되자 그곳에서 부사장이 됐다. 에릭은 시스코에서 기존 제품의 5가지를 개선하자고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200여명을 끌고 나가 새 회사를 창업했든데 그 회사가 ‘줌’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알고 싶어하며 발명하고 싶어한다.

스탠퍼드대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월급 수준을 조사한 통계가 있다. 금융계로 간 학생들이 제조업계에 간 학생들보다 약 25% 더 받았다. 한 학생에게 왜 이런 차이가 나느냐고 묻자 그 대답은 금융 쪽은 일이 지루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움직이니까 돈을 더 주고, 제조업은 하루하루가 혁신이기 때문에 일로서의 프리미엄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혁신에 대한 본능적인 요구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리더라면 직원들의 혁신에 대한 본능을 막아서는 안되며 또 그냥 둬서도 안된다.


◆ 혁신은 핵심이 아니라 변방에서 일어난다


혁신의 상당수는 조직의 상층이 아니라 하층에서 일어난다. 어느 누구나 혁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혁신은 엘리트 혁신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일반 직원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영국의 산업혁명의 주동자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공장의 직공들이었다. 도요타는 이러한 혁신의 대표적인 기업이다. 위에서 계획하고 설계하는 것을 현장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계획하고 결정을 한다.

일본의 텟세이 역시 변방의 혁신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텟세이는 일본의 많은 경영 전문가들이 가장 훌륭한 경영 사례로 꼽는 회사 중의 하나다. 텟세이는 동부JR의 고속 열차 신카센의 청소업체다. 3D 업종의 이 회사의 직원들은 800여명 규모로 원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그래서 근무 지침을 숙지하고 실천하며 투명인간처럼 일했다. 직원들의 대부분은 한번도 직장을 가져보지 못하거나 은퇴 이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로서 어떻게 보면 루저들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5년 야베 데루오라는 사람이 JR본부에서 텟세이로 내려오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공고 출신으로 JR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그는 텟세이로 발령된 것을 두고 평생 몸담은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고 여겼다. 야베 데루오 이사는 직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에게 능력이 있으며, 또 뭔가 해보겠다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자신(젬바 Gemba)부터 변화하자고 했다. 바로 개혁의 시작이었다.

야베 데루오 이사는 변화를 꾀하면서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직원들이 스스로 찾게 했다. 직원들이 내린 결론은 자신의 직업이 단순 청소가 아닌 ‘서비스’라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평범한 청소 업체일 뿐이었던 텟세이는 직원 스스로 룰을 만들고 실천함으로써 자신들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만들었으며 또 자랑스럽고 존경받을 만하다고 느끼게 했다. 승객이 어디서나 쉽게 알아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밝은 유니폼을 입었으며, 물통, 빗자루, 물걸레를 한 손에 전부 들 수 있게끔 최적화된 청소 도구도 직원들이 직접 디자인함으로써 남은 손으로 승객을 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텟세이 직원들의 청소 작업은 미니쇼 같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면 스물두명으로 구성된 팀은 일렬로 서서 15각도로 열차를 향해 절도있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모두 깔끔하고 눈에 띄는 밝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데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봄에는 벚꽃 무늬, 연말에는 산타복을 입는다. 종착역인 도쿄역에 도착한 열차는 회송 전에 12분가량 대기한다. 승객이 모두 내리고 다시 타는데 소요되는 5분을 빼면 7분의 청소 시간이 남는다. 승객이 내리자마자 스물두명의 직원은 16칸의 열차에 올라타 청소를 시작한다. 직원 한명이 한칸씩 100개 시트를 청소한다. 여섯명은 화장실 청소를 담당한다. 1년에 4000만개의 시트를 청소하는데 승객 불만은 5~6건에 그친다. 이는 열차가 늦게 들어와 청소를 생략할 경우에 생기는 것으로 불만은 사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청소를 끝내고 열차에서 내린 팀은 일제히 15도 각도로 떠나는 열차에 인사를 한다.

변방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막지도 말고 가만히 놔둬도 안된다.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


◆ 기업에는 혁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회사는 이제 스타트업이 아니라 중견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걱정하는 것은 내부에서 창조에 대한 초심을 잃어버릴까이다. 그래서 제도를 만들어 그 초심을 이어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구글은 ‘부트레그’라는 혁신 프로그램이 있다. 그 핵심은 엔지니어가 업무 시간의 20%를 자신이 정한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글을 위한 프로젝트여야 하며 이로써 탄생한 지식 재산은 구글의 소유다. 대신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끝날 때까지 상부에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자유롭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각 프로젝트는 예를 들어 6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동안 몰입해 개념적으로 완성하도록 권장한다. 그 다음에는 정규 프로젝트로 넘어가든지 폐기한다. 지메일이나 에드센스가 이 프로그램의 산물이다. 현재 구글의 먹거리 반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메타(페이스북) 또한 ‘핵카톤’이라 부르는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차이점은 프로젝트를 혼자가 아니라 복수의 직원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로는 당사 직원이 아니라 거래처 직원과도 팀이 될 수 있다. 개인이 팀으로 일할 때 창조의 효과는 증폭된다.

IDEO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자인 회사 중의 하나로 애플의 마우스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IDEO 창업자 데이비드 캘리는 ‘디자인 스쿨’을 만들어 혁신을 가르쳤다. 그는 어떤 회사가 가장 혁신적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답으로 혁신적인 회사는 23개인데 우리 회사도 포함되며 나머지 22개는 우리 고객이라고 했다. IDEO의 힘은 다양성이다. 어떤 프로젝트가 나오면 고유의 디자인 경험 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의 모든 경험을 발휘하는데 그 프로젝트 팀의 구성원의 전공은 디자인 엔지니어는 물론 마케팅, MBA, 생물학, 언어학, 심리학 등 매우 다양하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혁신을 하는데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를 복사할 필요가 있다. 그 실리콘밸리의 정신은 혁신을 테마로 삼고,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하며, 개방적으로 하며, 그리고 단기간 집중해야 하며, 협력하고 다양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혁신 관리에서 간발의 차가 운명을 가른다


혁신을 밑에 사람이 다 하면 대표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의문이 들 것이다. 혁신에는 개발과 관리가 있다. 대표의 역할은 혁신의 관리다. 혁신 관리라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다.

인텔에게 1985년에 변곡점이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에 이어 세 번째 직원으로 합류한 앤디 그로브는 당시 인텔이 자체 발명한 기술인 메모리 비즈니스를 접고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계산기 제조업체인 비지콤이 계산기에 칩을 넣은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만일 인텔이 메모리 사업만 했다면 누군가가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이런 간발의 차가 지금의 인텔을 만들었다. 그런데 인텔은 폴 오텔리니라는 마케팅 및 영업 출신의 CEO가 당시 조그만한 회사였던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잡스가 찾아와 아이폰에 들어갈 칩의 제작의 요청을 거절함으로써 커다란 시장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혁신 관리에서 간발의 차가 운명을 가른 또 다른 사례로 제록스의 유리블록을 들 수 있다. 제록스는 이더넷, 마우스를 발명한 회사이다. 1995년경 제록스 PARC 연구원이 내 사무실을 찾아와서 도마같이 생긴 것을 보여줬는데 유리처럼 투명한 블록 속으로 복잡한 전기 회로가 보였다. 이게 뭐냐고 묻자 컴퓨터라면서 스크린은 터치스크린 LCD이고 키보드는 이미지로 대치될 것이라고 했다. 또 마우스와 이더넷 와이파이도 연결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유리블록은 거의 제록스 PARC 발명품으로 이뤄져 있었다. 12년이 지나 애플에서 내놓은 아이패드를 본 순간 이 유리블록이 떠올랐다. 이 기계에 들어가는 기술 중 아무 것도 개발하지 못한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놓았는데 제록스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스티브잡스는 위대한 발명가는 아니었다. 쿨한 전자 제품에 대한 열정과 집념이 스티브 잡스를 지켰다.

리더의 역할은 자기가 무엇을 만들어서 직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방향을 정해주고 결정하는 것이다. 짐 콜린스와 제리 포라스는 1994년 펴낸 <Built To Last(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에서 ”먼 옛날, 어느 귀인이 있어 해나 달을 보고는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맞힌다면, 얼마나 놀랍고 경이롭겠는가? 그러나 만약 그가 시계를 만들어 모두가 어느 때고 시간을 볼 수 있다면 이는 더욱 경이로울 것인가. 영원히 그가 가버린 후에도 말이다“라면서 혁신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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