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한국은 엄청난 에너지를 신기의 형대로 가진 나라, 미래가 밝다”
[영림원CEO포럼] “한국은 엄청난 에너지를 신기의 형대로 가진 나라, 미래가 밝다”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2.01.10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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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170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최준식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식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한국의 미래는 밝다. 그 이유는 엄청난 에너지를 신기(神氣)의 형태로 가졌으며, 운이 들어오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가 6일 170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하면서 결론으로 내린 말이다. 최 교수는 ‘세계를 흥 넘치게 하라 -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 주제의 이번 강연에서 “한국은 다방 면에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한국문화를 제대로 아는 일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어 진정한 세계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준다”라며, 한국문화의 두께를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인은 누구인가? △세계를 놀라게 한 주먹도끼부터 BTS까지 △현대 한국이 선도하는 세계 대중문화(한류현상)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한국에 대한 오래 바로잡기 = “한국은 대단한 나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 대단한지 그렇다면 얼마나 대단한 지에 대해 잘 모른다. 2021년에 출간한 <세계를 흥 넘치게 하라>라는 저서에서 한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 했다. 이 책의 부제는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문화의 힘’이다.

첫번째 오해는 한국은 작은 나라라는 것이다. 남한과 북한을 합친 한반도 면적은 전세계 약 250여개 국가 가운데 85위다. 영국이나 뉴질랜드와 면적이 비슷하다. 그런데 영국이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를 두고 작은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이는 거대한 국가인 중국과 붙어 있어 항상 중국과 비교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은 인류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의 나라이다. 한국전쟁 직후 1953년 한국의 국민소득은 76달러로 최빈국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만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 또 제국주의 경험을 하지 않고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이다. 다른 나라에 빚진 것 없이 착하게 살았다는 의미다. 2021년 7월 유엔 무역 개발 회의(UNCTAD)에서 한국은 선진국으로 격상됐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의 격상은 1964년 UNCTAD가 창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국학 학자 마크 피터슨 교수는 “한국인은 자학적 민족이다. 피해 의식을 버리고 현재를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두번째 오해는 한국은 후진국이었는데 선진국으로 도약했다는 것이다. 프레데릭 불레스텍스라는 프랑스 교수는 <착한 미개인 동양의 현자>라는 책에서 한국은 후진국이었던 적이 없었으며 원래부터 선진국이라고 했다. 한국은 삼국시대부터 17세기까지 전세계 13대 선진국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100년 동안 잠시 나락에 빠지는 바람에 나라를 빼앗기고 6·25 전쟁을 겪으며 완전한 바닥을 쳤고 그 뒤에 서서히 옛날의 지위를 회복해 지금은 원래의 지위로 되돌아가고 있다. 하드웨어적으로 그렇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한국은 브레인과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 성공할 수 밖에 없어” = 세계적인 금융기관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2025년 9대 강국에 들어가고, 2050년에는 1인당 GDP가 81,000달러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주주의도 실현한 나라이다. 영국의 경제 분석 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2019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160여개 국가 가운데 2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주요 요인으로 ‘문화’를 꼽았다. 한국은 다른 후진국과는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문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교육에 대한 투자이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는 배움을 강조한 유교 문화에 힘입은 것이다.

미국의 기업인 겸 투자가인 워렌 버핏은 “한국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나라이다. 브레인과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브레인은 문기(文氣))이며 에너지는 신기(神氣)이다.

◆과거에 한국이 선진국일 수 밖에 없었던 증좌들 = 과거에 한국이 어떤 의미에서 선진국으로 불리었던 것인가? 그 증좌는 얼마든지 있다.

먼저 한국의 선사 시대 유물 가운데 주먹도끼를 들 수 있다. 고고학을 전공한 한 주한미군이 1979년에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에서 주먹도끼를 발견했다. 이 주먹도끼는 양날의 ‘아슐리안형’ 돌도끼이다. 서양과 인도밖에 없다는 이 주먹도끼가 한국에서 발견됨으로써 인류의 구석기 역사를 다시 쓸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주먹도끼에 이어 한국의 고인돌도 선사시대 유적으로 세계적인 명망을 얻고 있다. 전세계에 분포돼 있는 고인돌 중 한국의 고인돌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 신라의 왕관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세계 금관의 10개 중 5개가 신라의 것이다. 석굴암의 본존불은 동양의 불상 중에서 최고로 꼽히고 있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백제가 당시 세계 최고의 문화의 꽃을 피웠음을 뒷받침한다. 10세기에 실용적 그릇으로 자기 제작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중국의 송나라와 한국의 고려 뿐이었다. 유럽은 18세기에 들어서야 자기를 만들 수 있었다. 고려청자의 비색과 상감 기술은 중국보다 우위였다.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한국의 기록유산은 16개로 전세계 225개국 가운데 4위다. 아시아에서는 부동의 1위다. 16개 가운데 11개가 조선의 것이다. 중국은 왕조가 바뀌면 기록물을 없애 버렸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결과이다.

미국의 유명 시사잡지 라이프가 1999년에 내놓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100대 사건으로 1위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에 의한 성경인쇄였다. 그러나 <직지심체요절>이 1960년대에 한국의 문화 영웅인 박병선 박사에 의해 발견되면서 세계의 금속활자 연구사는 다시 쓰일 수 밖에 없었다. 박병선 박사는 파리로 유학을 가면서 은사인 서울대 국사학과 이병도 교수로부터 <조선왕조의궤>를 찾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박병선 박사는 프랑스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조선왕조의궤>를 찾다가 중국 서고에서 <직지심체요절>를 발견하고 이어 20년이 지나 <조선왕조의궤>를 찾았다. 박병선 박사는 <직지심체요절>을 찾았지만 이 책이 금속활자로 인쇄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했다. 고된 과정을 거쳐 1972년에 마침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한국이 금속활자의 최초 발명국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 즉 고려대장경은 한문으로 번역된 불교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최고의 가치를 갖고 있다. 1251년에 완성된 고려대장경은 목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목판이 약 800년이 지나서도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고려대장경의 제작은 그 기간만 해도 16년으로 대대적인 국책사업이었다. 16여만 장의 한지에 5,200여만 자의 글자를 붓으로 쓰고 그런 다음 그것을 나무에 붙이고 파는 지난한 작업이었다. 그 나무는 2~3년간 바닷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경판 모양으로 잘라 그늘에서 1년 동안 말린 것이었다. 글자를 붓으로 쓰는 인원은 약 5만명, 목판에 파는 사람은 약 12만명이 동원됐다. 목판에 새겨진 글자 가운데 틀린 글자는 150여개 뿐이었다.

◆문(文)의 나라 조선이 만든 것 ‘한글, 실록, 일기’ = 조선은 문(文)의 나라였다. 여기서 말하는 문은 인문학을 통칭하는 것이다. 조선은 새로운 문자를 발명하고, 활자와 인쇄문화가 융성했으며, 무엇보다 책을 중시했고, 역사 기록에 심혈을 기울인 왕조였다.

이 문의 나라 조선이 만든 것이 인류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비롯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였다. 한글의 창제는 그 자체로도 인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신이한 일이지만 문자를 만든 원리나 발음 등에 대해 상세하게 적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간행한 것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일이었다.

한글은 글자의 모양과 소리가 비슷하다. 이는 글자 모양과 소리가 유사성이 없는 영어와 비교해 한글의 과학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험에 따르면 대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본 결과 1시간이면 간단한 한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한글은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은 세계 최장의 단일 왕조 역사이다. 조선 왕조 역사 가운데 472년간을 기록했다. 그 기간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록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왕의 모든 언행을 기록하기 위해 사관을 두었는데 이 사관이 배석하지 않으면 왕은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심지어 왕은 그 기록 내용을 보거나 고칠 수도 없었다. 조선은 이렇게 왕권 견제 장치를 운영했다.

<승정원일기>는 왕의 비서실이었던 승정원에서 만든 기록으로, 왕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기록한 점에서 실록과 차이가 있다. 그 분량이 실록의 4배로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의 역사서이다. 날씨나 천문 현상까지도 상세히 기록함으로써 조선의 기록정신을 잘 보여준다.

◆한류의 성공과 냄비 이론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뇌가 발달한 민족이다. 좌뇌가 발달한 사람은 분석에 강한 반면 우뇌가 발달한 사람은 크게 그리고 감각적으로 본다, 이것은 신기(神氣) 곧 에너지가 넘친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이 신기가 한류를 이끌어냈다. 한국인들은 노래와 춤을 통해 흥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러한 한국인의 정신이 신기이다.

한류는 한국의 음악, TV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가 전세계적으로 퍼진 것이다. 케이팝 분야에서 원더걸스, 싸이, BTS, 블랙핑크 등이, TV 드라마에서는 2020 킹덤, 오징어게임, 지옥 등이, 그리고 영화에서는 기생충, 미나리 등이 그 주인공이다. 대중문화 분야에서 한국은 더 이상 세계의 변두리가 아니라 중심에 서 있다.

한류의 성공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냄비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냄비 이론은 냄비에 내용물을 넣고 불을 세게 가하면 내용물이 끓어오르면서 밖으로 넘치게 된다는 것으로, 이런 모습이 한국에서 한류가 외국으로 전파되는 모습과 닮았다. 어떤 문화가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만들어 낸 민족이 일차적으로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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