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 인공지능의 시대-AI의 진화와 미래
[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 인공지능의 시대-AI의 진화와 미래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4.07.22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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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열두 번째 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에서 강연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이 19일, 열두 번째 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에서 ‘AI 현황과 전망 그리고 우리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다. 박 의장은 이번 강연에서 인공지능(AI)이 가져온 대전환의 시대에 현재 AI는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 현황과 미래를 살펴보고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 새로운 미디어는 뚜렷한 변화의 방향을 가리킨다


세계적인 미디어 학자 마셜 매클루언은 1964년에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에서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미디어 자체가 가리키는 분명한 변화와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미디어 자체가 가장 큰 메시지라는 뜻이다. 매스(대중)가 있으니까 이를 상대로 하는 미디어가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는 게 상식적인데 마셜 매클루언은 매스미디어가 먼저 생기고 그 결과로 매스가 탄생했다고 얘기한다. 같은 뉴스를 보고, 같은 유행가를 부르고, 같은 유행의 옷을 입고,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즉 매스는 미디어가 출현하고서야 비로소 생겨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가 뚜렷한 변화의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에 우리가 실제로 봐야할 것은 미디어 그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인류는 새로운 미디어가 나타날 때 그 미디어의 본질을 알아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TV가 처음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모니터가 붙은 라디오라고 생각했다. TV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TV가 TV다워진 것은 여러 곳에서 여러 날에 걸쳐서 다양한 각도와 프레임으로 찍은 다음에 그걸 편집해서 다원 중계를 하면서부터이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가속도가 붙고 있다. PC, 인터넷에 이어 2007년에 스마트폰이 지구상에 처음 나타났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스마트폰이 지구를 점령하는 데 걸린 시간이 10년이 채 안걸렸다. 그리고 AI라고 하지만 사실은 챗GPT가 세상에 나온 게 2022년 11월 30일인데 불과 1년 몇 개월만에 지구를 집어삼키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은 점점 더 가속도를 띨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기술이 중첩되기 때문이다.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 변화의 가속도에 우리는 멀미를 하면서 살아야 된다.

AI가 운영체계(OS)가 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어떤 형태로든 AI와 연동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2025년 말에는 AI와 연동하지 않는 소프트웨어를 찾아보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얼마 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PC에서 돌아가는 AI ‘코파일럿 플러스 PC’를 내놨다. 애플도 아이폰이나 맥에서 동작하는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다.


◆ AI는 쓰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도구


그동안 세상을 지배해온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에 이어 컨텍스트 인터페이스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나타났다. 이 컨텍스트 인터페이스는 맥락을 공유하는 인터페이스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정보를 관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하나는 계층적인 관리 즉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를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키워드 매칭이었다. 파일이 많이 쌓임에 따라 이런 정보 관리 방식으로는 아무리 검색해도 원하는 파일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온디바이스 AI가 나타나면 이런 일들이 사라지게 된다. 온디바이스 AI는 모든 파일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고 맥락을 이해한다. 이를테면 구글이 공개한 AI 비서 ‘아스트라’의 데모를 보면, 스마트폰에 창밖을 비추면서 여기가 어디냐 물으면 그 장소를 대답해준다. 이 말이 약간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2025년 말쯤에는 모두가 컨텍스로 인터페이스를 편안하게 쓰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도구는 쓰는 것이었다. 그런데 AI는 처음으로, 쓰는 도구가 아니라 함께하는 파트너로서의 도구가 됐다. 거대 언어 모델들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거대 언어 모델을 스마트한 슈퍼 컨설턴트로 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최고의 것을 뽑아낼 수 있다. 저는 요새 논문을 읽을 때 항상 AI와 같이 읽는다. 거대 언어 모델들에 표준 질문을 하고, 이어 논문을 요약해 정리해주면 서로 토론을 한다. 이런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을 것 같지만 5분도 채 안 걸렸다. 어떤 질문이든지 1~2초 만에 답을 다 내놓기 때문에 다각도로 어떤 사태를 살피는데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니까 정책 입안자가 의사 결정권자들이 거대 언어 모델을 스마트한 컨설턴트라고 생각하고 함께 일하면 아주 큰 효력을 얻을 수 있다.

멀티 모달이 기본 대세가 되고 있다. 멀티 모달은 여러 개의 모드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텍스트 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입출력한다. 멀티모달이 대세가 된다는 것은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 자체가 복합 데이터일 때가 많다. 순수 텍스트만 있는 데이터보다는 그 안에 이미지도 들어있고 표도 들어있고 동영상도 붙어 있어 멀티 모달 AI가 기본적으로 유리하다.

멀티 모달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학습 데이터가 고갈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성능이 좋아지면 학습 데이터양도 늘어나야 되는데 더 이상 집어넣을 텍스트 데이터가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한테는 동영상이 있다. 훨씬 더 많은 학습 데이터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멀티 모달이 중요한 이유는 인공지능을 인간의 지능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의 지능이 책만 읽어서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감을 통해 모든 정보를 흡수하고 학습을 해서 인간의 지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멀티 모달은 더 싸고 빠르고 작은 LLM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다.

그리고 AGI의 시대가 오고 있다. AGI를 인공일반지능이라고 하는데 인공종합지능으로 번역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지능은 여러 면이 있다. 시를 쓰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도 하고 수학, 물리 과학, 법률 등 아주 다양한다. AGI는 모든 영역에서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을 말하며 그동안 강 인공지능이라고 불렀다.


◆ 휴머노이드에서 급격한 투자와 발전 이뤄져


AI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휴머노이드에서 급격한 투자와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양을 하는 로봇이다. 최근 2~3년간의 휴머노이드의 발전이 20년간의 발전보다 더 빠른 느낌이다.

왜 휴머노이드에 이렇게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론 머스크는 모든 작업 환경이 인간의 몸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 모든 작업장을 자동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을 가진 AI가 필요하다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만든 ‘알로하’라는 휴머노이드는 중국 요리를 한다. 모방 학습을 하는 이 휴머노이드에게 지금은 화장실 청소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휴머노이드는 전이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로 운영되다보니 전세계의 모든 로봇이 똑같은 동작을 할 수 있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여자 주인공이 헬리콥터를 탈취한 다음에 본부에 헬기 조종법을 내려달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자 주인공이 이를 받아서 능숙하게 헬기를 조종해 도망을 간다. 이것이 전이 학습이다.

테슬라도 옵티머스라는 휴머노이드를 만든다. 옵티머스는 강화 학습으로 동작을 가르쳐, 계란이 깨지지 않을 만큼 약하게 잡고 떨어지지 않을 만큼 강하게 잡는 등 로봇이 가장 하기 어렵다는 동작을 한다.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는 세계에서 휴머노이드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 중에 하나다. 피큐어는 GPT 4 터보와 자체 휴머노이드를 결합했다. 이 회사의 휴머노이드 데모를 보면 거대 언어 모델과 휴머노이드가 결합하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발표된 GPT-4 옴니는 오디오, 비디오, 텍스트를 하나의 모델로 처리해 응답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인간의 감성까지 표현한다. 그리고 사용자 수가 많은 순으로 20개 언어의 다국어 처리를 개선했다. 특히 컨텍스트 AI를 구현해 말하는 중간에 지시를 해도 알아 듣는다.

세계적인 SF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과학 3원칙’을 말했는데 세번째 원칙이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의 V100이라는 제품은 1초에 125조 번의 실수 계산을 한다. 챗GPT의 학습에 쓰인 A100이라는 제품은 1초에 무려 312조번의 더하기, 빼기를 할 수 있다. V100보다 딥러닝 학습과 추론에서 20배 뛰어난 연산 능력을 보인다. 챗GPT는 이런 A100을 1만대나 썼다.


◆ 딥러닝과 GPU의 결합이 AI의 붐 이끌어


컴퓨터가 인간처럼 지능을 가지고 사람의 일을 대신하게 하는 것은 컴퓨터 과학자들의 오랜 꿈이었다. 기계가 사람처럼 학습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초반에 시도했던 것이 전문가시스템이었다. 가령 컴퓨터가 고양이 사진을 가려내려면 고양이의 모든 특징을 일일이 사람이 입력해야 했다. 그래서 체크리스트를 주고 몇 점 이상이면 고양이라고 판결을 하라는 식으로 AI를 만들려고 했다. 처음에는 점수가 올라가는 것 같고 제법 컴퓨터가 고양이 사진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간의 수준까지 정교하게 만들려고 하니까 데이터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점수가 도리어 떨어졌다.

고양이나 강아지는 뚜렷한 패턴이 있다. 사람들은 네다섯 살만 돼도 쉽게 구분한다. 하지만 이것을 말로 다 표현하기는 너무 어렵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잠재된 패턴이라고 부른다. 이 잠재된 패턴을 왜 컴퓨터한테 말로 설명할 수 없을까? 예외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컴퓨터는 다리 3개의 고양이는 고양이가 아니라고 인식한다. 결국 이런 방식으로 AI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히는 논문이 나왔다. 그래서 10년씩 두 번의 인공지능 겨울이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버텨낸 사람들이 있었는데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턴 팀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팀은 인간의 뉴론의 작동 방식을 흉내내서 딥러닝이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딥러닝은 매우 많은 연산량을 필요로 하는 모델이었다. 그 때 GPU가 발명이 됐다. GPU는 대용량 분산 처리에 최적화된 칩이다. 딥러닝과 GPU가 만나면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AI의 붐을 이끌었다.

딥러닝이 전문가시스템과 다른 점은 처음부터 모든 걸 AI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가령 고양이 사진 10만 장을 컴퓨터에다 입력하고 이 사진들 간의 차이점을 다 찾아내라는 식이다. 그러면 그 차이점이나 특징들이 천만 개가 나올 수도 있고 1억 개가 나올 수도 있고 10억 개가 나올 수도 있다. 만일 1억개의 특징이 나왔다면 이 특징들에는 어떤 것은 고양이라는 잠재된 패턴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거고 어떤 것은 관계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고양이라는 패턴을 알고 있다. 그래서 밀접한 특징에는 높은 가중치를 주고 그다지 관계없는 특징에는 낮은 가중치를 주고 아무 관계가 없는 특징에는 0점을 준다. 이렇게 매긴 가중치를 매개 변수라고 한다. 그리고 어떤 특징들에 몇 점을 줬을 때 고양이를 가장 잘 가려낼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돌려본다. 그러니까 1억개의 특징들에 대해 가장 적절한 매개 변수 값을 찾을 때까지 계속 바꿔보면서 돌려보는 것이다. 그렇게 적절한 매개 변수 값을 찾아내는 시뮬레이션을 끝도 없이 했더니 고양이를 기가 막히게 가려내는 게 지금의 AI다. 사람은 평생 해도 마칠 수 없는 계산이지만 컴퓨터는 한다. A100이라는 GPU는 1초에 무려 312조 번의 실수 계산을 한다.


◆ AI가 하는 일은 ‘잠재된 패턴을 찾아내는 것’


현재 AI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라면 ‘잠재된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두 개의 변수가 있는 2차원 그래프에서 둘 중에 하나를 알면 나머지 하나를 알 수 있다. 즉 그래프에서 연속된 다양체를 그릴 수 있으면 우리는 예측을 할 수 있다. 변수가 늘어나면 축을 하나 보태면 된다. 수학에서는 ‘차원을 더 한다’고 한다. 변수가 둘이면 2차원, 변수가 셋이면 3차원이 된다. 인공지능이 하는 일은 몇천 차원, 몇만 차원에서 ‘연속적인 다양체’를 그리는 작업이다.

그러니까 AI는 잠재된 패턴이 있는 모든 곳에서 잘 작동한다. 프로그래밍은 아주 뚜렷한 패턴이 있어 AI가 잘할 수 있다. 법률도 인간이 만든 규칙이어서 AI가 대체할 수 있다. 경기 시합 결과나 일기 예보, 주식시장 동향 등도 필요한 데이터만 입력하면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다. 광고 마케팅도 창의적인 일 같지만 사실은 많은 것들이 반복되는 패턴이다. 골드만 삭스에서는 트레이더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프로그래머들이 채운지 오래됐다. 지금 AI는 생산성에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어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AI는 ‘어려운 일은 쉽게 하고 쉬운 일은 어렵게’ 한다. 잠재된 패턴이 없는 곳, 즉 확률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어처구니없이 약하다. 굳이 확률적으로 찾을 필요가 없는 명백한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에는 생성형 AI는 어울리지 않는다. 단 하나의 사실이 필요한 곳에서 잠재된 패턴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AI가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할루시네이션’이다. 이는 아주 멀쩡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뜻한다. 챗GPT의 T는 트랜스포머인데 이 트랜스포머라는 모델의 본질적인 특성상 할루시네이션은 불가피하다. 왜냐하면 가장 그럴 법한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걸 학습했기 때문이다. 검색해서 찾아보기 전까지는 이게 참인지 거짓인지를 알 수 없다.

오픈 AI가 처음에 챗GPT를 내놨을 때 2년 안에 할루시네이션을 없앨 수 있다 고 했지만 나중에는 입장을 바꿔 할루시네이션은 버그가 아니라 피처라고 했다. 이 말의 뜻은 AI에서 상상력을 빼면 검색 엔진이 된다는 얘기다. 창의적인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하고 몽상을 해야하는데 그걸 다 빼버리면 그냥 검색 엔진이 되는 것이니 할루시네이션은 거대 언어 모델의 동전의 양면이라는 주장이다.

이 할루시네이션이 낮아지고 있다. 어떻게 없애냐 하면 검색 증강 생성(RAG) 기술을 통해서이다. 그렇지만 트랜스포머를 쓰는 한 할루시네이션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거대 언어 모델을 써서 나온 결과를 공개적인 데이터로 쓰거나 발표 자료로 쓸 때는 반드시 검색을 해서 판단해야 한다.

현재 거대 언어 모델들은 독과점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API와 플러그인을 활용해 마술을 펼치면서 그 독과점적인 성격이 훨씬 강해지고 있다. 지금도 거대 AI 회사들이 새로운 기능을 발표하거나 새로운 버전을 발표할 때마다 스타트업이 1천 개씩 사라진다는 분석이 있다. 2023년 2월 16일자 <타임> 표지는 “인공지능 군비 경쟁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AI 붐이 다시 오고 있다거나 AI 르네상스가 왔다는 식의 제목이 아니라 뜻밖에 이런 제목을 단 것은 <타임>이 이미 미래를 내다본 것일까?

AI의 우려할 사항은 이 뿐만이 아니다. AI로 작성한 글 즉 표절작이 넘쳐나고 오염된 데이터는 오염된 결과를 낳고, AI 드론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식의 강화학습의 두려움 등이 바로 그것이다.


◆ AI 적용 성공하려면?


2023년 6월 12일자 <타임>의 표지는 ‘인류의 종말’이었다. 머리기사는 ‘인공지능은 군비 경쟁이 아니다“였다. 이것은 두가지 의미가 있다. 첫번째, 고전적인 군비 경쟁에서는 어느 한쪽이 승리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승자가 인공지능 자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특정 기업이 얻는 이익과 사회 전체의 이익을 다를 수 있다. 인공지능을 군비 경쟁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들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계속해서 추구해야 한다는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집단적으로 탈출 경로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탐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파괴하는 비뚤어진 경쟁에 나서도록 내버려둬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5월 30일에는 제프리 힌턴, 요슈아 벤지오, 샘 알트먼, 빌 게이츠 등 수백명의 인공지능 과학자와 유명 CEO들이 AI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에 서명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전쟁과 같은 다른 사회적 규모의 위험과 함께 전 세계적인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AI는 그 자체도 훌륭하지만 ‘AI + X’가 됐을 때 빛을 발한다. X는 도메인 전문성을 말한다. 이를테면 뮤지컬을 제작해 공연을 하게 된다고 하자. 노래를 잘하는 사람과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를 주인공으로 써야 하나? 노래 잘하는 사람을 써야 된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아무리 노래를 가르쳐봐야 고음이 안 나온다. 무슨 뜻인가 하면 도메인 날리지를 가진 전문가가 있고, AI를 잘 쓰는 전문가가 있으면 도메인 날리지를 잘 아는 전문가한테 AI 활용법을 가르치는 게 AI 전문가한테 도메인을 익히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니까 도메인 날리지를 가진 각 도메인의 전문가들이 AI 활용법을 익히게 하고 AI 전문가와 협업을 하게 하는 게 가장 훌륭한 접근법이 된다.

이의 적절한 사례가 포스코이다. 포스코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AI, 빅데이터, IoT를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한 등대 공장으로 선정된 적이 있다. 포스코는 AI 전문 회사와 협업을 해서 모든 데이터를 이 회사에 넘겨줬다.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냐 하면 단 1g의 원료도 추가 투입하지 않고 하루에 240톤의 쇳물을 더 생산하고 2500억원의 원가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는 쇳물을 생산하는 전문가들을 포항공대로 보내 AI 활용법을 익히게 했다. 기본적으로 협업을 하려면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도메인 전문가들이 AI 활용법을 알고 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모든 데이터는 내부에 있으며, 내부 전문가들이 주인공이다. 그 사람들이 AI 활용법을 알게 하고 AI 전문 기업과 협업을 하면 아주 성공적으로 ‘AI + X’를 실현할 수 있다. 우리 회사가 AI를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면 마음속으로 우리 회사 어디에 어떤 잠재된 패턴이 있지라고 물어보면 된다. 잠재된 패턴이 있는 곳에는 AI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왜 AI를 적용할 때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일까? CEO의 90%가 AI의 도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은 17% 뿐이며 그것도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왜 2%밖에 성공을 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의 하나는 전 공정의 80%가 데이터 정제에 쓰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이다. 데이터 정제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성과가 바로 나오기란 쉽지 않다. 또다른 이유는 역설적이게 회사 안에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이터들은 대부분 노이즈이다.

포스코 사례로 돌아가 보자. 포스코가 과연 습도와 풍향과 풍속과 그날 집어넣은 철강의 질에 대해서 데이터를 누적해 왔을까. 그리고 그 결과치에 대한 라벨링을 같이 했을까. 그럴 리는 없다. 처음부터 다시 한 것이다. IoT 센서들을 온갖 곳에 다 붙이고 기록을 다 한 다음에 인풋과 아웃풋을 묶어서 라벨링을 했기 때문에 성과가 나온 것이다.

회사 안에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부분이 노이즈이다. 데이터 정제를 하지 않으면 못 쓴다. 이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90%의 CEO가 AI를 도입해야 한다 혹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필요하다라고 얘기를 하지만 2%만 적용해 성공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고 그걸 정제하는 데 굉장히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필요하며, 그걸 성공하게 된다면 경쟁사와 말할 수 없는 격차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한테 어떤 잠재된 패턴이 있지라고 질문을 해서 그런 게 있다고 생각이 되면 AI를 적용할 수 있으며, 그 가장 빠른 방법은 ‘AI + 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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