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한국경제의 미래, 인도네시아에 있다“
[영림원CEO포럼] “한국경제의 미래, 인도네시아에 있다“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06.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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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교수, 18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교수
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미래가 인도네시아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수립 50주년의 해이자 양국 경제관계의 큰 변화의 틀을 제공하는 포괄적 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는 첫 해이다. 양국은 CEPA를 통해 더욱 긴밀한 경제관계를 구축하게 될 것인데, 인도네시아가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한국의 입장에서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 됐다.“

최경희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교수가 1일, 184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기회의 땅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미래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 교수는 이번 강연에서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 인도네시아 경제가 갖는 의미,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파워 엘리트의 특징과 정치, 그리고 인도네시아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와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세계 4위 인구대국, 최대 무슬림 국가…이슬람 경제 벨트 크게 부상 = 인도네시아는 1970년대부터 한국에 기회의 땅이었다가 2000년대 중·후반에 마침내 현실화됐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한국과의 관계는 이만큼 좋을 수 없을 정도다. 올해는 양국 수교 수립 50주년의 해로 인도네시아 입장에서는 황금기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주요 투자와 수출 파트너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국기업은 인도네시아에 1960년대에 진출한 후 현재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있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으로 관료의 영향력이 어느 나라보다 크며, 20여년 전 민주화 이후 질적 전환을 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다도 국가로 해양경제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세계 4위의 인구(2억8천만명) 대국으로서 인구증가율이 가장 높으며, 전 세계 18억명 무슬림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이다. 이슬람 교리 기반의 ‘샤리아’ 경제 즉 할랄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인도네시아를 주축으로 한 이슬람 경제 벨트가 어마어마하게 뜨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글로벌 중추국가로 부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석탄, 철강, 팜유, 니켈, 구리,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이 지하자원을 과거에는 단순 수출했으나 최근에는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테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셀 공장을 합작해 짓고 있는데 한국기업과 전기차 생태계를 인도네시아 내에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또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인도네시아 내 니켈 제련 공장의 설립에 나서 2025년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공장에서는 2차전지 소재로 쓰이는 니켈 중간재를 연 5만2천톤 규모로 생산할 계획인데 이는 전기차 100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현대차는 올해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짓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인도네시아가 매력적인 또다른 이유는 외교 강국이라는 사실이다. 인도 태평양 지역의 중심 국가로 이 지역 주요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2022년 G20 의장국, 올해는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리더로서 같은 수준의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중국과도 긴밀한 사이로 우호적인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

◆신수도 이전과 2024년 선거 등 현안 = 지금 인도네시아의 현안은 신수도 이전과 2024년 선거다. 현 수도 자카르타는 네덜란드 식민지 때 건설된 도시로 인구가 집중해 있으며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또 지반 침하에다 바다에 가까워 잠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1960년대부터 수도 이전이 얘기됐는데 이제야 진행하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2024년 2월에 대선, 총선(500명), 지방선거(34개주 단체장, 지역의회)를 하루에 치른다. 신수도 이전은 대선의 최대 이슈의 하나로 후보 간에 이해 차이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신수도는 지금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건설하는데 열대우림 65% 유지, 녹지 10%, 식량생산지 및 도심지역 25%로 구성되며, 탄소중립도시로 구현될 계획이다.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신수도의 이름은 ‘누산타라’로 확정되고, 신수도청이 만들어졌다. 신수도청은 올해 5월초 한국을 방문하고 투자를 요청하는 등 전 세계에 러브콜을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내외 200여개 기업이 신수도 투자 의향을 표명했으며, 투자 기업의 관심 분야는 교육 시설, 의료 시설, 주거지, 컨설팅, 에너지, 폐기물 처리, 인프라, 산업구역, 기술 등 다양하다.

인도네시의 빈곤층은 2022년 기준 2.5%이며 빈곤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기대 수명은 2021년 기준 68세, 인구성장률은 0.7%다. 인적자원 지수는 1점 만점에 0.5점으로 이는 경제 성장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1인당 GDP는 4,332달러, GDP 성장률은 3.7%이며, 실업률은 2022년 기준 3.6%다.

◆지리적 환경과 문화 다양성으로 ‘원더플 아시아’ 메시지 = 인도네시아인들은 두가지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지리적 환경과 문화 다양성이다. 지리적 환경 면에서 말레이시아가 트루리 아시아를 표방한다면 인도네시아는 원더플 아시아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적도에 위치한 지구상 최대의 다도 국가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친환경적인 삶을 강조하며 관광창조경제를 일궈나가고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의 지진과 화산 활동으로 인한 비옥한 토양도 인도네시아가 누리고 있는 지리적 이점이다.

인도네시아는 다종족, 다언어, 다문화 사회의 전형이다. 토착문화에 기초한 힌두불교문화, 이슬람문화, 서구문화 등이 혼재돼 있으며 불교, 힌두교, 이슬람 사원이 공존하고 있다. 문화 다양성의 기초는 종족 다양성에 있다. 인도네시아 전국 신문 콤파스는 2022년 1월에 인도네시아는 1,300여 종족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했다. 자바 종족이 전체의 40%로 가장 많으며, 순다족은 문화예술 면에서 뛰어나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각 종족은 고유한 언어, 관습, 문화를 갖고 있다. 이러한 문화 다양성을 앞세워 문화 강국을 꿈꾸고 있으며, ‘창의경제’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창의경제라고 부른다. 창의경제의 부문은 게임, 공연예술, 미술, 제품 디자인, 패션, 음악, TV/라디오 등 모두 17개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콘텐츠의 노출이 매우 높은 나라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한류지수 1위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1위를 기록한 부문은 드라마, 영화, 음악, 웹툰, 게임, 패션 등이며, 도서와 뷰티는 2위, 애니메이션은 3위에 올랐다.

인도네시아 사회시스템의 강점과 약점 =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며 평균 연령이 젊은 국가다. 오는 2045년 독립 100주년의 해에 세계 5위 경제대국의 꿈을 꾸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강한 자부심에다 실용적이며 유연한 무슬림 문화, 밝고 명량한 사회 분위기, 문화적 자긍심과 토양은 인도네시아 사회시스템의 강점이다.

하지만 사회의 절대 다수가 빈곤층이며 중산층이 취약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불평등이 높은 사회다. 전체 인구의 4~5%에 불과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 전체 국부의 65~7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사회 전반에서 중간적인 역할을 하는 중위 공무원층, 중위 간부층이 취약하고 최근 교육 열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교육의 질이 아직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하루에 5번을 기도하는 등 종교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며, 유연한 것이 장점인지 우유부단한 것이 약점인지 모호하며, 끈끈한 인간관계로 작동되는 사회다. 그리고 부패지수가 높다.

인도네시아를 움직이는 파워 엘리트는 정계, 재계, 종교계에 포진해 있다. 전체적으로 민주화를 거치며 파워 엘리트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즉 군부 엘리트에서 민간 엘리트로 변화했는데 군부 엘리트는 탈군부 민간 엘리트로 변화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 엘리트는 기업가 출신과 정치인, 관료, 지식인, 종교인 등 비 기업가 출신으로 구분된다.

인도네시아 파워 엘리트의 특징은 기업인들이 정당인, 장관 역할을 하면서 그 활동 범위가 매우 넓고, 또 종교계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지금 인도네시아의 부통령은 이슬람교 수장이며, 국영기업부장관은 방송 및 언론사를 운영하는 미디어 회사 회장이다. 인도네시아 재계 6위 그룹의 회장은 과거 정부에서 경제조정장관을 지냈다.

인도네시아의 기업문화는 의사결정 시 관련된 모든 사람이 모두 모여 충분한 토론을 거쳐 만족할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 또 비즈니스 관계를 맺음에 있어 상대방과 장기간에 걸쳐 상호작용함으로써 확실히 내집단으로 포용됐을 때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 성향이 있다. 비즈니스 관계 이전에 친구 관계의 형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중시하므로 집단의 리더가 어떠한 지시를 내리면 개인은 무조건 순응할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한국의 기업문화와는 달리 인도네시아는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문화가 낮다. 계약 관계보다는 신뢰하는 사람들의 말에 의지하며, 규정이나 기록의 유지에 신경을 덜 쓰고 회의 결과도 종종 문서화하지 않는다. 또 단기지향적인 경향으로 현재를 즐기며 즉시적 만족을 중시하고 즉각적 보상에 높은 가치를 둔다.

인도네시아는 성과 지향적이며 양성 평등적이며 인간적 지향성이 강한 사회다. 대화 중 ‘노’라는 표현을 단호하게 하지 않고 남의 의견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는 것을 실례라고 여기며, 다른 사람 앞에서 화를 내거나 평정심을 잃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쉽게 화를 내는 다혈질적인 한국인들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가지기 쉽다.

◆할랄음식, 할랄패션, 할랄여행, 할랄뷰티 등 할랄 산업 확산 중 = MP3EI는 인도네시아가 2011년에 수립한 장기적인 경제발전 전략이다. 모두 8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MP3EI는 인도네시아 전역에 6대 경제회랑을 만들고 회랑별로 핵심 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6대 회랑은 수마트라, 자바, 칼리만탄, 술라웨시, 발리-누사 텡가라, 파푸아-말루쿠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핫한 곳은 자바 경제회랑이다. 자바 경제회랑의 주요 도시로 자카르타, 반둥, 스마랑, 수라바야가 선정됐으며 이 도시를 중심으로 정유석유화학, 제조업, 조선, 섬유, 가공식품 등 11개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됐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에는 4차 산업혁명을 실현하는 국가차원의 산업 로드맵으로 ‘메이킹 인도네시아 4.0’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또 해양경제 전략으로 해양 문화 리빌딩, 해양 인프라 구축, 해양 자원 유지 관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러한 전략 추진에 한국의 해양 모빌리티인 비행선박(Flying Ship)이 앞으로 어떠한 활약을 펼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서 허용된 항목이다. 할랄은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사회를 움직이는 거버넌스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이슬람 경제 벨트에서눈 할랄음식, 할랄패션, 할랄여행, 할랄뷰티 등 할랄 산업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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