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행동경제학의 ‘휴리스틱’을 이해하면 기업이나 개인의 경험을 최적으로 설계 가능“
[영림원CEO포럼] “행동경제학의 ‘휴리스틱’을 이해하면 기업이나 개인의 경험을 최적으로 설계 가능“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05.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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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183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강연
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행동경제학은 무엇이며, 어떻게 탄생했으며,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

주재우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4일, 183회 영림원CEO포럼에서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행동경제학: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법’을 주제로 강연했다.

주 교수는 “행동경제학은 경제학과 심리학의 결합체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어는 ‘휴리스틱(Heuristic)’이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심리적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행동을 너무 많이 해서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다. ​이 ‘휴리스틱’을 이용하거나 극복함으로써 기업이나 개인의 경험을 최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연 내용.

◆행동경제학은 왜 생겨났나? = 행동경제학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 배경을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로 다음 질문에 답을 해보자.

A: 탁상시계를 사러 어느 매장을 방문했다. 마음에 드는 시계를 찾았는데 마침 가격도 2만원으로 적당했다. 그런데 계산대에 가서 가격을 치르려 하자 친절한 매장 직원이 도보로 10분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 개업기념으로 같은 제품을 1만원에 팔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다른 매장에 가겠는가?

B: TV를 사러 어느 매장을 방문했다. 마음에 드는 TV를 찾았는데 마침 가격도 90만원으로 적당했다. 그런데 계산대에 가서 가격을 치르려 하자, 친절한 매장 직원이 도보로 10분 떨어진 다른 매장에서 개업기념으로 같은 제품을 89 만원에 팔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다른 매장에 가겠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1970년대에 실시된 실험에서 A의 경우 “가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으며 B의 경우에는 “안가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A나 B의 경제적인 할인액이 동일해도 다르게 결정한 것은 심리적으로 할인율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심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행동경제학이 탄생한 두 번째 사례로는 장기 기증률을 높이는 법을 들 수 있다. 각 나라의 정부에서는 장기 기증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기 기증 의사를 운전면허증에 기재하는 것은 그 노력의 하나다. 1980년대에 각 나라별로 장기 기증 의사를 조사했는데 오스트리아 99.98%, 벨기에 98%, 프랑스 99.91%, 헝가리 99.9997%, 네덜란드 27.5%, 영국 17.17%, 독일 12%, 덴마크 4.25% 등으로 나타났다. 나라별로 교통사고율, 종교, 그리고 장기 이동 등 병원 프로세스에 관한 차이는 없고 똑같은 상황에서 나온 결과였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 기증 의사를 묻는 질문의 차이 때문이었다. 장기 기증 의사가 낮은 나라의 경우 질문이 “하겠다”는 난에 체크하는 식었다면 높은 나라는 “하지 않겠다”는 난에 체크하는 식이었다. 조그만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사례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는데, 사람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본값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연구 결과였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이러한 행동을 해석하는 학문이다. 기존 경제학자들의 가정과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인지적으로 게으르고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석한다. 행동경제학의 핵심적인 단어는 ‘휴리스틱(Heuristic)’이다. 휴리스틱은 한국말로 대체하기 어려운데 “의사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심리적 지름길(mental shortcut)”이라는 뜻이다. 인지적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고려하지 않는 상태다. 이러한 휴리스틱한 상태에서는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지만 그 의사결정 결과는 편향적(biased)이다. 휴리스틱을 이해하면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대학교 교수는 <상식 밖의 경제학>이란 저서에서 “인간은 비합리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다행히 그러한 특성은 예측가능하다. 즉, 우리의 비합리적 행동은 같은 방식으로 거듭 반복된다”고 했다.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은 일반적이고 일상적이지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무엇인가? = 행동경제학은 리차드 테일러(Richard Thaler) 시카고 대학교 교수가 창시했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차드 테일러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기본 철학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되,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개입하는 것, 즉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다”라고 했다.

리차드 테일러 교수는 2008년에 펴낸 저서 <넛지(Nudge)>에서 이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얘기했다. 넛지는 “주의를 끌기 위해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으로 자유주의적인 개입 혹은 간섭이다. 사람에게는 휴리스틱 엔진이 있으며 이 휴리스틱을 활용하면 인간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리차드 테일러 교수의 철학이었다.

휴리스틱을 활용해 인간의 행동을 유도한 사례로 ‘배달의 민족’을 들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은 일회용 수저와 포크의 요청을 줄이기 위해 2019년 4월 “일회용 수저, 포크 안주셔도 돼요”를 주문시 선택 옵션으로 추가했다. 이는 ‘휴리스틱 극복하기(Active choice)’ 사례다. 그러다가 2021년 6월부터는 ‘휴리스틱 이용하기(Default)’를 통해 “일회용 수저, 포크 안주셔도 돼요”를 기본 옵션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선택 옵션에서는 일회용품 요청이 15% 감소했으며, 기본 옵션에서는 73% 감소했다. 사람은 게을러서 현상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현상유지 휴리스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일회용품을 요청하지 않는 비율이 기존의 15%에서 58%p가 더해 73%로 늘었는데 그 58%를 움직이게 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었다.

배달의 민족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휴리스틱은 ‘이용하기’와 ‘극복하기’ 등 두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용하기’는 현상유지 휴리스틱에 빠지는 것이며, ‘극복하기’는 현상유지 휴리스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어디에 적용되는가? ①고객 경험 최적화 = 행동경제학은 기업과 개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 크게 네 가지에 활용할 수 있다. 휴리스틱 이용하기 사례 두가지 즉 △외부 고객의 경험을 최적화해 매출 증대 △나의 행동을 유도해 자기관리 문제 해결과 휴리스틱 극복하기 사례 두가지 즉 △내부 직원의 경험을 개선해 생산성 향상 △개인이 기업의 유도에 휩쓸리지 않고 본래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현재 ‘테크 자이언트’ 기업들은 모두 경영에 행동경제학을 적용하고 있다.

먼저 휴리스틱 이용하기를 통해 고객 경험을 최적화한 사례로 SSG 푸드마켓이 있다. 강연자는 2015년에 직접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왜 SSG 푸드마켓을 다시 방문하는 지에 대해 조사했는데 그 이유는 첫 번째가 편안한 주차, 두 번째는 카트가 좋아서였다. 즉 쇼핑 후 차를 가져다주고 쇼핑 봉투를 트렁크에 실어주는 경험이 좋았다는 것이었다. 이는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 현상이다. 피크 엔드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를 비디오처럼 기억하지 못하고 절정과 대미의 사건만 기억한다. 오프라인 소비자 경험에서 피크와 엔드가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놀이동산의 경험에서도 이 피크-엔드 법칙은 통한다.

휴리스틱 이용하기는 또 온라인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경험하는 장벽을 건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0.56%에 머물러 있는 전기차의 수용도를 늘리는 방법으로 전기차 구매 페이지에서 “기름을 얼마나 더 아낄 수 있다”보다 “전기차를 타지 않으면 한 달에 얼마만큼 기름을 손해보게 된다”라며, 손실회피(Loss Aversion) 즉 이득에 비해 손해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자극해 전기차 니즈를 환기시켰다.

휴리스틱을 이용해 구매 저항력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 특히 혁신 상품의 구매 저항을 낮추어 수용도를 높이는데 적용된다. 예를 들면 음성인식 스피커의 구매 과정에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상황 이를테면 카카오톡 멤버에게 따돌림 당하는 것을 자극해 니즈를 인식시키고, 구매 후 활동 과정에서 스피커에 웃는 눈을 넣는 등 의인화라는 행동경제학의 기법을 적용해 오류를 일으켰을 때에도 관용을 베풀며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어디에 적용되는가? ②기업 내부 직원 생산성 향상 = 휴리스틱 극복하기를 통해 기업 내부 직원의 생산성을 높인 사례로는 승차 공유 서비스 기업 ‘리프트(Lyft)’를 들 수 있다.

우버의 경쟁자인 리프트는 운전자들이 한가한 화요일 아침 대신 손님의 수요가 많은 금요일 저녁에 운행하도록 유도하고자 운전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행동경제학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에는 바쁜 금요일 저녁에서 한가한 화요일 아침으로 운행 시간대를 옮기면 시간당 수익 15달러가 감소함을 알려주고, B그룹에는 한가한 화요일 아침에서 바쁜 금요일 저녁으로 운행 시간대를 옮기면 시간당 수익 15달러가 증가함을 알려줬다.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다르게 알려준 것이다.

실험 결과, 금요일 저녁에 차량을 운행하겠다는 사용자가 A그룹이 B그룹보다 많았는데 이득보다 손해에 더욱 민감한 손실회피 성향 때문이었다.

직원 생산성 향상과 관련해 유능한 임직원이 빠지는 휴리스틱이 있다.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가 그것이다. 지식의 저주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부서장이 직원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직원이 다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직원은 왜, 무엇 때문에 그 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항상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길이다.

◆행동경제학은 어디에 적용되는가? ③개인 자기 관리 ④슬럿지 회피 = 휴리스틱을 이용해 자기관리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사면 첫째 장에 스티커를 붙여 놓아 “내가 시작했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을 빠지게 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그러면 책읽기가 싫을 때 독서에 대한 부담을 덜고 독서를 시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자기 관리의 예시로 은퇴연금 가입이 있다.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보면 현재의 모습을 볼 때보다 은퇴연금 비중을 늘린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미래의 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현재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미래를 대비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의 행동경제학의 적용사례로 휴리스틱을 극복한 슬럿지 회피가 있다. 이를테면 호텔 예약 웹사이트에 등장하는 압박 판매 등 기업이 활용하려는 나의 휴리스틱을 알고 회피하는 것이다.

이처럼 행동경제학을 이해하면 △고객 경험 최적화하기 △구매 저항 낮추어 매출 증대하기 △직원 생산성 향상하기 △어려운 일 시작하기 △업무상 실수 줄이기 △은퇴연금 비중 높이기 △슬럿지 회피하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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