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이 13일, 182회 영림원CEO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생각의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학영 고문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낸 기업가들의 공통점은 남다른 생각의 힘과 시선의 높이를 가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기업들은 ‘문샷 씽킹’으로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했다. 남다른 생각의 힘을 기르는 출발점은 하는 일에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며, 질문하는 습관도 생각의 힘을 기르는 중요한 원동력이다”라며 생각의 힘과 질문을 힘을 강조하고, “생각의 근육을 키워 나가는 것은 끝이 없다”고 밝혔다.
이학영 고문은 한국경제신문에 재직하면서 2015년부터 8년간 국내 500대 기업 CEO에게 보낸 <이학영의 뉴스레터> 423편의 일부를 엮어 <리더를 키우는 생각의 힘>, <세상을 바꾼 생각의 힘>을 출간했다.
◆생각의 힘의 차이, ‘book-smart 대 street-smart’ = 영재나 수재는 정답을 빨리 찾아내지만 천재는 바보같이 질문을 자주한다. 리더를 키우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생각의 힘이다. ‘아는 게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book-smart(책으로 배운 지식이 많은)’이고, 다른 하나는 ‘street-smart(세상 이치를 잘 아는)’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절실한 것은 두 번째 ‘앎’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중동건설 진출의 일화가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온 공무원들은 2주간의 출장 끝에 “중동 지역은 날씨가 너무 덥고 물도 부족해 안된다”고 했지만 현대 정주영 회장은 5일간의 출장만으로 “더운 것은 밤에 횃불을 켜고 하면 되고, 물은 방법을 찾으면 나올 것이다. 1년 내내 공사할 수 있고 골재가 널렸다. 건설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다”라고 했다. 생각의 힘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인간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활력을 넘치게 하는 충전형과 반대로 시비 걸고 과거 얘기만 하며 맥이 빠지게 하는 방전형이 그것이다. 꼰대와 멘토도 마찬가지다. 꼰대는 자신의 업적을 내세우며 자랑한다. 멘토를 만나면 충전된 느낌을 받는다.
생각의 힘의 위대함은 시공을 초월한다. 서양의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존재한다”고 했다. 동양의 노자는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된다.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하고 운명을 만든다”고 했다. 생각이 바로 운명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를 좌우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아파트 5층에서 안 보이는 것이 10층에서는 보인다. 더 올라가 25층에서는 다 볼 수 있다. 생각의 근육을 키우면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생각하는 사람은 질문하고, 생각이 없는 사람은 대답에만 빠진다”고 했다. 콜럼비아대 어느 교수는 5~10분 정도만 강의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질문하게 한다. 질문을 하지 않으면 강의를 버텨낼 수가 없다.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의 오리지널이 미국에서 많이 나오는 까닭은 이러한 질문식 교육 방법에 있다.
최 교수는 “모든 존재의 생존은 한계와의 싸움이다. 한계를 깨고 나아가면 생존이 지속되고, 한계에 갇히면 파멸한다. 한계는 사실 생각의 한계이다”라고 했다. 또 장자에 나오는 얘기를 들어 ‘익숙한 생각’의 함정을 설명했는데 그 얘기란 장자의 친구가 박씨를 심어 보통 것보다 엄청 넓고 평평한 것이 나오자 표주박이나 호리병으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깨뜨려버렸는데 장자는 이 박을 나룻배로 만들어 타고 놀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창의’다.
◆‘창의’와 달에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문샷 씽킹’ = 창의는 가보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해보지 않는 것을 해왔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은 돈을 버는 것보다 인류 문제의 해결에 직결되는 아이디어 창출에 골몰한다.
테슬라는 전기차 개발에 그치지 않고 우주선을 재활용해 제작비용을 1/10로 낮췄으며, 또 뉴욕과 LA 간 지하터널을 만들어 초고속으로 이동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립자는 “돈을 더 벌겠다”가 아니라 “아웃퍼포밍(outperforming)을 하겠다”며, 똑똑하게 일하는 법으로 최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시선의 높이를 최고점에 두고, 휴가나 출장경비 등의 규정을 없앴다. 이를테면 남극탐험을 한다고 두달 간 휴가신청을 해도 들어주고, 비행기 좌석으로 일등석을 타도 문제가 없다. 넷플릭스의 직원들은 이런 규정이 없는 덕분인지 생각의 근육이 잘 발달돼 있으며 회사 일에도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존 F 케네디는 ‘뉴 프런티어’를 구호로 내세워 대통령이 되고 나서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주항공 분야의 엘리트를 모아 NASA를 만들고 1962년에 “10년 안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NASA는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그 일을 해내는 것이 당신들의 몫이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달에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사고방식 ‘문샷 씽킹(Moon-shot thinking))이라는 말이 나왔다. NASA는 인간이 달에 발 딛는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그렇게 하려면 어떤 단계가 필요할지 거꾸로 되짚어 나갔다. 문샷 씽킹은 곧 가설을 세운 뒤 머릿속으로 완성단계까지 검증하는 ’사고 실험‘이다. 애플의 아이폰도 “모든 필요를 충족해주는 단 하나의 기기를 만들어 보자”는 문샷 씽킹의 성과물이다. 아이폰에 관한 사전 시장 설문조사에서 미국, 일본, 독일 소비자의 30%만 찬성했다고 한다.
◆생각의 근육은 어떻게 키우나…‘정의’와 ‘질문’ = 남다른 생각의 힘을 기르는 출발점의 하나는 하는 일에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문과와 이과를 어떻게 정의하나? 문과는 소소한 일상에서 큰 감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며, 이과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겨 온 것을 가능의 세계로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럼 시는 무엇이며, 경영은 무엇인가? 시는 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것이며, 경영은 가장 희박한 가능성에서 가장 풍성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다. 나아가 공직자, 기업가, 신문기자, CEO, CFO, CTO, 골프장 캐디 등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자. 캐디는 코스매니저 또는 골프 서비스 디자이너이다.
이처럼 하는 일에 정의를 내리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걷는다는 것은 운동인가 휴식인가? 걷는다는 것은 ‘잠깐 동안의 여행’으로도 정의할 수 있다.
생각의 힘을 기르는 또하나의 중요한 원동력은 질문하는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고의 첫 번째 원칙으로 “문제의 근원에서부터 생각하라. 무엇이 최선일까, 다른 방법은 없나를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했다.
학교마다 교훈이 있다. 일반적으로 성실, 근면, 정직, 봉사 등이다. 그런데 생각을 키우고 사람을 만드는 교훈이 있다. 자유인, 평화인, 문화인 등이 그것이다.
질문의 힘은 위대하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 차원의 질문이 아니라 인류 본질의 질문에 관한 차원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 할수록 꿈이 더 커진다”고 했다. 워런 버핏은 2대의 투자법칙으로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라며, 업의 본질에서 일탈하는 것을 경계했다.
질문에 관한 명언이 있다. “좋은 답변보다 좋은 질문이 평생 내 것이 될 확률이 높다. 내 생각에 따라 움직여줄 수준의 부하를 키우고 싶다면 질문하라. 나보다 나은 후배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질문하라”,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생각의 근육을 키워 나가는 것은 끝이 없다” = 챔피언들의 공통점은 “변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나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되뇐다. 챔피언들은 자신의 경기를 오롯이 책임지며 결과가 승리건 패배건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다. 강한 멘탈, 포기를 모르는 의지, 인내심, 집중력, 평정심과 같은 챔피언들의 특징은 우리들 누구에게나 다 있다. 제대로 발현될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서의 진실은 사실이 아니라 인식이다. 이를테면 펩시는 코카콜라보다 매출은 높지만 콜라 시장에서 2위라는 인식이 강하다. 소비자의 인식을 일깨워줘야 한다. 헨리포드는 “내가 만약 소비자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다면 자동차가 아니라 더 빨리 달리는 말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으며, 스티브 잡스는 “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보여줄 때까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학영의 뉴스레터>에는 많은 챔피언들이 등장한다. 그 챔피언들의 어록을 정리하면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 “권력은 지위가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립자 “제1원칙 사고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스티브 잡스 “심플스틱을 휘둘러라. 소비자를 믿지 말라” △앤디 그로브 인텔 창립자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사티아 나텔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우리 조직의 영혼은 무엇인가” △월트 베팅거 찰스 슈왑 CEO “나의 대학시절 학점은 올 A++였다. 낙제를 한 한 과목만 빼고는” △조슈아 셍크 뉴욕대 교수 “고독한 천재는 없다” △미켈란젤로 “목표를 높게 잡아서 이루지 못하는 것보다 너무 낮게 잡아서 이루는 게 더 위험하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너의 무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창립자 ”남의 꿈을 이뤄주려고 출근하지 말아라“ △아와즈 교이치로 일본 주오대 교수 ”질문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나의 성공을 이끈 건 PDCA, 일단 실행해보라” △요코하마 노부히로 영업 컨설턴트 “1초 이내에 목표를 말할 수 있는가” 등이다.
이 가운데 월트 베팅거 찰스 슈왑 CEO가 낙제한 과목은 강의실 청소부의 이름을 쓰라는 질문에 답을 쓰지 못한 것이었다. 월트 베팅거 CEO는 이를 평생 잊지 못했다고 한다. 생각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은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