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위해서는 과거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수행되어야 한다. (GP3.2)"
논어의 원문에서는 “옛 것을 익혀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라는 것으로 문장이 완성된다. 이를 현대적인 입장에서는 “과거의 자료를 분석하여 창의적인 개선 또는 혁신으로 나아갈 수 있다.”로 해석할 수 있다. 많은 기업에서 “품질 개선을 통한 고객감동”을 이야기한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실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알맹이가 없다. 무언가 개선을 하고자 한다면 개선의 대상과 기준이 필요하다. 현재의 상태에서 무엇이, 왜 문제인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적인 접근에만 집중을 한다. 왜 조직은 방법론적인 영역에서만 접근을 할까? 이는 아마도 개선 대상에 대한 자료와 분석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시스템 개발의 경우를 생각하여 보면 많은 개발 현장에서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고 나서도 수많은 재 작업을 진행하고 일정 시점까지는 안정화 활동을 수행한다.
이는 납품된 시스템이 적정한 품질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조직은 프로젝트 완료 후 재 작업 공수를 줄이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착수한다. 프로젝트 관리자, 개발자, 품질 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개선점을 식별할 때면 대부분의 경우 요구사항 변경에 초점이 맞추어 진다.
고객의 잦은 요구사항 변경으로 인해 설계문서, 코드가 변경되고 초과적인 공수와 결함이 양산된다는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누가 보아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결론이 축적된 데이터의 점검과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이와 같은 결론이 도출되려면 조직 내 프로젝트 수행 중 요구사항의 변경 건수, 변경에 따른 추가 투입 공수(개발 공수, 산출물 변경 공수, 재설계 공수, 기타 관리 공수 등), 변경에 따른 결함 증감률 등의 데이터가 분석되어야 한다. 과거 데이터의 비교 분석을 통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이다.
“溫故知新(온고지신)”이 의미하는 바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하루는 자장(子張)이 십대(十代) 후 왕조의 형편에 대해 공자에게 추측이 가능한 지를 물었다. 공자가 답했다. "은(殷)나라는 하나라의 예의와 법도를 이어받았다. 그러므로 서로를 비교해 보면 무엇이 같고 다른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뒤를 이어 주나라를 보면 그전 왕조와 무엇이 같고 다른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십대가 아니라 백대까지도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나서 공자는 탄식한다. 자신이 세운 설(說)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실증을 확실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옛 것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없이는 새로운 사태를 정확히 인식할 수 없다. 공자의 탄식이 현재의 프로세스 개선 현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개선을 위한 관련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CMMI GP3.2는 “Collect process related experiences derived from planning and performing the process to support the future use and improvement of the organization’s processes and process assets.”이다. 조직의 표준 프로세스 및 프로세스 자산의 활용과 개선을 위해, 프로세스에 대한 계획 수립과 수행에 관련된 경험을 수집한다는 의미인데 “collect”란 단어에 집중을 하면 공자의 탄식이 더욱 크게 들린다.
공자는 아마도 전 왕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분석하여 도덕적으로 완벽한 왕조를 만들고 싶은 원대한 꿈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활자가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과거의 기록을 수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 자료가 없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던 공자의 탄식이 지금 개발 현장과 많은 조직에서 반복되고 있다.
과거의 경험과 기존 프로세스 자산의 점검 없이 진행되는 개선 작업은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묘사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일부만을 보고 이를 일반화한 개선 작업은 개선의 범위와 기준 수립이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CMMI는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22개 프로세스 영역에 GP3.2를 적용하여 개선을 위한 경험을 수집하도록 한다.
GP3.2의 포함된 활동에는 조직의 측정 저장소에 측정 데이터를 저장하고, 조직 프로세스 자산에 관련 문서와 학습된 교훈 사항을 제공하여 개선 제안을 하도록 한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OPF(Organizational Process Focus) 활동의 입력 데이터로 활용이 된다. GP3.2의 “collect”와 더불어 유심히 보아야 할 사항은 “to support the future use”이다. 단순히 수집되는 것만으로는 GP3.2를 완전히 충족된다고는 할 수 없다. 수집된 경험과 관련 자료들은 미래에 수행되는 프로젝트에서 활용이 되어야 한다.
“溫故知新(온고지신)”이 옛 것을 배워서 새로움을 깨닫는 것처럼 수집된 데이터는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활용이 되어야 한다. “溫(온)”은 “배운다, 복습한다”의 의미가 있다. 스승이 되고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것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가능하다. 배움은 성공적인 사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패의 사례에서도 배움의 기회는 많다.
GP3.2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키워드는 “experiences”이다. 경험의 완성은 내적 동기 변화가 필요하다. 내적 동기 변화와 깨달음이 있어야만 본질적인 개인의 행동 변화가 가능하다. 공자가 옛 것을 안다는 의미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자는 과거의 예와 법도의 철저한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이를 통해 자신을 修身(수신)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관리자이기 이전에 프로젝트팀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 스승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계가 있는 인간에게 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 스승의 참 의미는 타인에게 올바른 도덕적 윤리를 제시함과 동시에 이를 실천하는 사람일 것이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적절한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능동적으로 먼저 실천해 나가야 한다. 조직의 과거 프로젝트 경험을 체득하고 현재 프로젝트의 올바른 진행 방향을 결정하여야만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성공이란 납기 준수, 좋은 품질의 시스템 개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팀원 모두가 수행 경험을 통해 역량이 향상됨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수행 경험은 미래 프로젝트의 성공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경험의 조직적인 축적과 활용은 조직원 하나하나의 생산성 향상과 올바른 프로세스 개선활동의 기초가 된다.
학창시절 무심코 외웠던 “溫故知新(온고지신)”은 복잡한 현대의 사회에서도 창조적인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크나큰 울림으로 존재하고 있고,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서양의 프로세스 개선 모델에서도 이를 언급하고 조직의 프로세스 개선활동에 활용하는 것을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지혜는 옛 것이나 현재 것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결국 근본을 지키며 사는 것이 세상을 가장 현명하게 사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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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文質彬彬(문질빈빈) (2) 眞美眞善 (진선진미) (3) 學而時習(학이시습) (4) 君子上達(군자상달) (5) 無爲而治(무위이치) (6) 學如逆水(학여역수) (7) 人而無恒(인이무항) (8) 溫故知新(온고지신) (9) 以不敎民戰(이불교민전) ☞ 향후 연재내용 : 노자의 도덕경과, 한비자의 내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