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 “클래식은 들을 때마다 사람을 쓰러뜨리는 유일한 예술 장르”
[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 “클래식은 들을 때마다 사람을 쓰러뜨리는 유일한 예술 장르”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03.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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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풍월당 대표, ‘클래식, 낭만과 인식의 세계’ 주제 강연
박종호 풍월당 대표
박종호 풍월당 대표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박종호 풍월당 대표가 3일 일곱 번째 영림원소프트랩 차세대리더포럼에서 ‘클래식, 낭만과 인식의 세계’를 주제로 강연했다.

박 대표는 “클래식은 그저 수백년 전의 오래된 대중음악이 아니라 인간사회가 지향해야할 이상을 음악으로 그려낸 예술이자 철학이다. 사람들이 클래식을 제대로 알고 들어서 평생 최고의 취미로 삼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종호 대표는 예술 애호가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평생 음악과 책을 벗하며 살아왔다. 풍월당을 설립하고 클래식 음악의 문화적 가치와 교양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저술과 강의에 매진하고 있다.

◆음악의 힘, 클래식의 힘 = 교양을 갖추는데 중요한 것이 음악이며 그중에서도 클래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에 대해 오해가 많고 그릇되게 이해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가를 마치 천상계의 사람으로 생각하는 편견이 그것이다. 클래식을 듣는다고 돈이 나오거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느냐고 묻는데 바로 그러한 질문에서 클래식을 들어야 하는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돈과 밥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가치의 전부가 아니다. 척박하고 건조한 삶을 풍성하고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을 듣는 것이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삶을 그린 전기영화 <마에스트로>가 2023년 개봉 예정이라고 한다. 클래식 공연의 대부분은 유럽 음악이다. 오케스트라의 유명 지휘자도 유럽인 일색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라나 세계적인 지휘자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으니 바로 레너드 번스타인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성소수자, 유대교인, 사회주의자 등 세부문의 소수자로서 미국 사회에서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어느 우파 잡지에서 미국의 100명의 공산주의자 표지모델로 그를 실었는데 그의 반응은 “영광입니다“였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뉴욕 필하모닉에서 세계적인 지휘자로 명성을 얻었지만 반공주의의 광풍으로 뉴욕필하모닉을 떠났다가 이후 유럽에 진출해 빈 필하모닉의 지휘자로 빈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복귀 공연을 했다. 코다는 음악의 한 악곡이나 악장 등의 끝맺는 느낌을 한층 뚜렷이 나타내기 위해 끝 부분에 붙여지는 부분인데, 이 복귀 공연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베토벤의 곡을 지휘하면서 선사하는 그 마지막 울림, 바이올린과 첼로 등이 우렁차게 어우러져 내는 화음은 그것을 듣는 인간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음악의 힘, 클래식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해주는 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음악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 그러면 이 음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고 묻는다면 그 답은 “모른다, 알 수 없다”이다. 글이나 그림은 변화하지 않는다. 어느 문학작품을 나중에 읽어도 그 때와 같다. 감상이 달라진다면 내가 변화한 것이지 그 글이나 그림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음악은 다르다. 음악이라는 장르에는 창작자와 감상자인 나 사이에 재현이라는 과정 즉 연주자가 있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감동의 차이가 있다. 음악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과 참신한 연주를 내놓고 있다.

낭만은 사람의 감정을 풍성하게 한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클래식 연주에는 가사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미술작품을 보고 쓰러진다는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지만 음악만큼 사람의 마음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도 없다.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낀다. 세상에 이런 예술 장르는 없다.

극장을 청소하는 할머니 2명이 공연이 끝난 후 청소하다가 쉬면서 공연 팜플렛을 보는 사진이 있다. 이 사진 속의 할머니들은 공연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 사람들은 이런 음악을 듣는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다. 클래식은 가진 자만이 듣는다는 것은 편견이다. 클래식은 낭만과 인식의 도구이다.

유럽의 공연장은 계단식이 아니고 평평하다. 뒤에 앉으면 공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끝까지 듣는다. 이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주변의 도시에서 온 회원들이다.

독일은 베토벤, 브람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등 수많은 음악가를 배출한 나라다. 여기서 독일은 국경으로서 아니라 독일 말을 쓰는 나라다. 독일은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다. 프로이센이 300여개의 크고 작은 나라를 통일해 독일제국이 탄생하고 이후 압축적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비약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이 프로이센에 위대한 국왕이 있었으니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이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플루트 연주를 잘 했다. 정치적, 군사적으로 호전적이며 권위적인 왕이였지만 예술적이며 계몽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독일의 계몽군주로 불리는 프리드리히 대왕은 베를린에 군인으로서의 궁전을 지어 생활했지만 포츠담에 상수시 궁전을 따로 지어놓고 거기서 예술을 즐겼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연대마다 군목을 두고 병사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교양을 쌓도록 했다. 산업혁명의 후발주자였던 독일이 짧은 기간에 영국, 프랑스를 따라잡으며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었던 이유는 인문주의 덕분이다. 1810년 세워진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교수직을 역임한 인물은 헤겔, 마르크스, 브레히트 등 수두룩하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만 30명이다. 독일의 인문주의 힘은 독서에 있다. 헤겔은 독일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해 말하면서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것이 현대인의 아침기도가 됐다”고 했다.

◆대중음악회는 프랑스혁명에 비견하는 문화 혁명 = 대중음악회는 프랑스혁명에 비견하는 문화 혁명이다. 콘체르트 하우스는 독일 베를린의 대표적인 음악 공연장으로 다양한 클래식 콘서트가 열린다. 시민들이 돈을 내고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중음악회를 처음 촉발시킨 스타는 바로 베토벤이었다. 슈퍼스타 베토벤의 등장은 대중음악회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베토벤의 3번 교향곡 ‘영웅’은 독일의 적장이었던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찬양한 곡이다. 귀족 체제를 자유주의 체제로 바꾸려 했던 나폴레옹을 높이 평가한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대중음악회 이전의 음악회는 아름다운 것만을 추구했다. 하지만 베토벤은 달랐다. 영국 BBC는 베토벤이 지휘하는 공연 장면을 재현했는데 베토벤의 지휘는 너무 빨랐다. 연주자들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따라갈 수 없었다. 당시 오케스트라는 사전에 연습 없이 바로 악보를 보고 연주했던 것도 베토벤의 지휘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다. 진짜 클래식이 이날 시작한 셈이었다. 베토벤은 “아름다운 것만이 음악은 아니다. 연주자에게 더 세게 더 세게 하라”고 주문했다.

귀족들은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경악을 했다. 귀족들은 오케스트라를 후원하며 자기만의 음악을 즐겼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민이 부자가 되면서 귀족들처럼 음악을 듣고자 했는데 이것이 대중음악회의 시작이었다. 대중음악회는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오케스트라를 통해 이뤄졌다. 필하모닉은 처음에는 이처럼 자생적인 모임이었다.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 돈을 받고 열리는 대중음악회는 누구나 한 방에서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평등의 공간이었다. 그 공간이 콘서트홀이다. 1천명 정도에서 2천명 넘게 들어갈 수 있는 콘서트홀이 생기고 큰 공연장의 구석까지 소리가 닿도록 오케스트라의 편성도 커지고, 여기에다 독일에서 금속공업이 발전하면서 금속으로 만들어진 나팔의 질을 높인 것이 대중음악회가 부흥할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공연장의 앞자리가 비쌀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앞자리에 앉음으로써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경제력도 갖추고 교양도 있는 시민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싸진 듯싶다. 가장 좋은 자리의 티켓을 산 보통사람들도 황후장상의 옆자리에 앉아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콘서트홀은 그래서 민주적인 곳이면서 자본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클래식 감상은 위대한 사상을 배우는 인문 공부” = 음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음악 이론만으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음악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을 알면 단순히 아름다운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음악가의 심오한 사상의 또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클래식을 감상한다는 것은 위대한 사상을 배우는 인문 공부이다. 모든 음악은 그 시대의 고통과 슬픔을 노래한다. 그런 음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철학이나 사상이나 문학이나 미술과 다를 바 없다. 음악 감상을 할 때 그 음악의 배경을 알 뿐만 아니라 그 음악이 탄생한 시대의 문학, 역사, 지리, 미술 등을 공부하면 더욱 좋다.

음악은 가장 완전하고 넓은 예술이다.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음악으로 할 수 있다. 어느 철학자는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음악이 시작된다고 했다. 독일의 작가 겸 작곡가 E.T.A 호프만은 “예술은 더 이상 오락의 도구가 아니라 진리의 도구이며 철학이 끝나는 곳에서 예술이 시작된다. 그 첫 사례는 베토벤의 음악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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