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리더가 자리를 비워도 그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조직이 성숙한 조직”
[영림원CEO포럼] “리더가 자리를 비워도 그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조직이 성숙한 조직”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03.06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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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훈 작가, 18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브랜딩스러운 조직문화 이야기’ 주제 강연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조직문화의 재구성> <딜레마의 편지> 저자인 최지훈 작가는 2일 181회 영림원CEO포럼에서 ‘브랜딩스러운 조직문화 이야기: 왜 가치지향적 조직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조직문화를 10년 넘게 다뤄온 최지훈 작가는 “건강하고 성숙한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직에서 지향하는 핵심가치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작동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은 ‘인터널브랜딩’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널브랜딩은 내부의 구성원과 조직을 대상으로 성과를 내는 일로서, 구성원과 조직의 가치와 정체성이 외부 고객에게 전달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와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한 성숙한 개인과 성숙한 조직은 자율, 헌신, 전문성이 조직 안에서 일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작동한다”고 밝혔다.

◆가치지향적인 조직과 가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조직은? = 조직 안에서 문화를 다루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면 백화점이나 푸드코트에 가면 윈도우 안에 샘플 메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샘플 메뉴는 먹음직스럽게 보기는 좋지만 실제로 먹을 수는 없다. 문화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없는 것처럼 문화를 제대로 경험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CEO가 조직을 바꿔보자고 얘기하면 구성원들은 디펜스를 친다. “리더가 바뀌지 않는다,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다, 제도 및 규정이 통제적이고 복잡하다”며 시스템과 환경 문제를 탓한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드러난 부분을 명시적 가치라고 한다면,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암묵적 가치다. 명시적 가치가 구성원 간에 충분히 공유되고 논의되어 그것이 조직 안의 문서와 제도, 시스템으로까지 반영돼 있는 것이라면 암묵적 가치는 내재화해 실천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주의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명시적 가치가 전략/행동이라면 암묵적 가치는 문화/가치다. 결론적으로 CEO의 명시적 지시를 암묵적 가치가 압도하고 있는 그 갭이 조직문화를 다루기 어렵게 한다.

그렇다면 가치지향적 조직은 무엇이며, 조직 안에서 가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의 철학자인 로버트 M. 퍼시그는 “공장이 폐쇄되었다고 해도, 그 공장을 세우도록 한 우리의 이성이 그대로 있다면 언젠가는 그 이성이 또 하나의 다른 공장을 세울 것이다”, “결과만을 공격한다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진정한 시스템, 실재의 시스템은 바로 지금 우리 안에 있는 체계적 사고의 구조, 이성 그 자체이다”라고 했다.

우리 개개인에게는 내부 시스템이 있는데 우리의 행동양식을 지배하는 사고와 가치라는 ‘인식의 지도’가 그것이다. 그 인식의 지도에서 우선순위의 가치를 핵심가치라고 부른다. 핵심가치는 나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만들며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용기있는 결정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즉 핵심가치는 규칙의 범위가 되는 셈이다.

조직이나 개인이 서로 협의하고 공유하는 가치를 벗어나면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예를 들면 평창올림픽 여자 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에서 김보름 선수는 논란의 대상이 됐다. 팀 추월 경기는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세명의 선수가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런데 김보름 선수는 경기에서 뒤쳐진 동료 선수를 배려하지 못해 눈총을 받았다. ‘팀워크’라는 가치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또다른 예도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독일의 경기에서 독일의 골기퍼 노이어 선수는 원성과 야유를 받았다. 골기퍼가 골문을 비워놓고 공격에 가담해 손흥민 선수에게 골을 허용했다. ‘수비와 방어’라는 가치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수입차 리콜사태도 마찬가지다. 수입차를 사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성’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입차가 ‘안전성’이라는 가치를 벗어나 고객들의 분노를 샀다.

‘가치’는 의사결정·역할수행·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 =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가치는 실은 우리의 실천과 행동, 태도를 통해 확인이 된다. 비즈니스에서 비전은 목적에 이르는 경로, 수단이며, 목적은 비전의 최종 목적지다. 이 과정에서 가치는 목적을 지키는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한다.

핵심가치는 조직 안에서 허용이 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의 기준이 된다. 의사결정의 장면에서, 역할수행의 장면에서, 책임과 권한의 범위를 설정하는 기준은 가치다. 가치는 개인의 행동을 일관성 있게 만들고 중요한 순간에서 용기있는 결정을 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가치는 조직 내의 관리와 통제 도구가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강연 마지막에 내리겠다. 조직의 변화는 환경이 변화하고 문제 해결 방식이 바뀌면서 이뤄진다. 최근 들어 조직은 기존의 권력 중심에서 권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권력은 힘이 다른 사람에게만 사용되는 것이라면 권한은 다른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나에게도 통하는 것이다.

지금은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자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상위층으로 집중된 권한과 책임은 여러 부작용을 낳는데 CEO나 부사장의 입장에서는 바쁘지만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며,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적시 결정이 어려우며, 의사결정 건에 대한 맥락과 스토리 파악이 어렵다.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상사의 눈치를 보고 현실을 왜곡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며, 자율성과 창의성이 떨어지며, 구성원이 전문성을 기르기 힘들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는다. 즉 조직 전체가 하향평준화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의사결정의 책임이 있는 개인이 조직 안에 숨는 ‘숨바꼭질 현상’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조직문화는 ‘경험->믿음->행동->결론->그리고 다시 경험’이라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회사에서 무슨 경험을 하고, 이 경험을 통해 우리 회사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 믿음이 생기고, 이 믿음에 따라 어떤 문제와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행동이 나온다.

즉 조직문화는 행동이 아니라 믿음을 설계하는 일이며, 어떤 믿음을 줄지를 고민하고 그 믿음에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는 일이다. 그 첫걸음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종속적이고 의존적으로 존재한다.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은 “인간은 자신을, 자신의 확신, 자신의 감정을 더 이상 자기 고유의 것으로 경험하지 않는다. 타인들과 구분되지 않을 때 자신과 일치한다고 느낀다”고 했다.

조직 안에서 나만의 고유한 사고와 행동을 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행동이 아니라 틀린 행동이라는 시선이 두렵고, 긁어서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압력 때문이다. 집단의 믿음과 압력에 동조하며 자기다움을 상실하고 조직은 평균적인 사고를 하는 데 머물게 된다. 안전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침묵이다. 침묵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인간관계의 위험을 회피하고 모욕감이나 무시를 사전에 차단하려 한다. 이러한 모습은 스스로 사유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은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타인만이 자신의 행동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 우리 삶의 우상숭배이다. 에리히 프롬은 “우리가 결심하는 것의 대다수는 실제 우리의 결심이 아니라 외부에서 암시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우리자신의 결심이라고 우리를 설득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타인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대로 행동한다. 그 이유는 고립이 두렵기 때문이며 우리의 삶, 우리의 자유와 안락이 직접적인 위험에 처해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스파르타쿠스는 고대 로마 시대의 노예 검투사로 로마군에 대항해 반란군을 이끌었다. 당시 검투사는 시합에 나가기 전 “나는 기꺼이 채찍으로 맞고, 불에 태워지고, 칼에 찔려 죽겠다”고 맹세했다. 검투사들에게 ‘자유’는 그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매우 소중한 가치였다. 스파르타쿠스의 군대는 로마군을 수 차례 격파하며 승승장구했지만 크라수스 군단에 패배하고 죽음의 위기를 맞았다. 그런데 로마군은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을 몰랐다. 그래서 누가 스파르타쿠스인지를 말한다면 자비를 베풀어 목숨을 보전해주겠다는 회유책을 썼다. 그러자 노예군 속에서 “내가 스파르타쿠스다”라며 속속 일어서자 로마군은 진짜 스파르타쿠스를 찾을 수 없었고 6천명의 노예군은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 가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공유되는 장면이다. 가치는 행동을 일관성있게 만들고 중요한 결정에서 용기있는 결정을 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자유가 최상의 가치라는 신념은 노예군들이 목숨을 버릴 만큼의 헌신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가치의 가장 확신한 증거는 실천하는 것이며, 그래야만 조직 안에서 가치가 진정성있게 작동한다.

◆가치지향적인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조직 구성원의 변화에 대한 태도는 무관심, 불응, 순종, 참여, 헌신 등 다섯가지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순종은 마지못한 순종, 형식적인 순종, 진정한 순종으로 나눌 수 있다. 진정한 순종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솔선수범하고, 필요한 규칙도 잘 준수한다. 헌신적인 사람은 게임의 규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게임을 책임진다. 만약 게임 규칙이 비전 달성에 방해가 된다면 규칙을 바꿀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낸다. 순종이 비전이나 변화를 받아들인다면 헌신은 비전과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 대목에서 어떻게 가치를 잘 지키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관리하고 통제의 문제이다. 바람직한 질문은 어떻게 헌신을 이끌어 낼 것인가?이다. 이는 지속적인 과정과 실천의 문제이다.

조직이 가치지향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자동차 변속기를 예로 들면 수동 변속기 차량은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 말고 클러치라는 페달이 하나 더 있어 발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자동 변속기 차량은 자체적으로 내장돼 있는 시스템에 의해 차량이 알아서 자연스럽게 변속이 된다. 가치지향적인 조직은 자동 변속기 차량처럼 주행한다. 각 상황에 대응해 운전자가 사건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필요없이 기존에 내재돼 있는 기능을 활용해 간단하게 운영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자율주행 차량은 특별한 명령과 지시, 통제가 없어도 알아서 자동으로 운영된다. 그것이 자율주행 차량의 룰이기 때문이다. 가치지향적인 조직은 자율주행 차량과 같다.

조직 내에서 가치는 게임의 룰과 같다. 모든 게임에 게임을 작동시키는 원리가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다양한 사건에도 원리가 적용된다. 가치는 게임의 작동 원리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허용되는 게임의 룰이 잘 공유되고 내재화가 되면 구성원 각 개인은 주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게임의 룰을 알고 있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과 판단이 가능해진다.

게임의 룰을 아는 선수들은 즉 자율적인 선수들은 부정출발을 하지 않거나 부정출발 후 주의 사항을 수용한다. 더 훌륭한 선수는 헌신적인 태도를 가진 서수다. 헌신적인 선수는 정해진 룰 안에서 전략의 규칙이나 방식을 바꾼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가치지향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은 구성원을 ‘성숙한 어른’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조직 내에서 가치는 관리와 통제의 도구가 아니다. 가치지향적인 조직이 되려면 브랜드 컬처를 만들어야 한다. 브랜드 컬처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그 조직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일하고 생활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성숙한 조직은 자율, 헌신, 전문성이 조직 안에서 일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작동 = 브랜딩이 내부와 외부의 가치와 철학이 상호교류하고 통합되는 과정이라면 인터널브랜딩은 조직안의 일상에서 가치와 믿음을 경험하고 논의하는 모든 과정이다. 그동안의 브랜딩이 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고민한 익스터널브랜딩이었다면 인터널브랜딩은 구성원과의 관계를 고민한다. 익스터널브랜딩이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성과를 내는 일이라면 인터널브랜딩은 내부의 구성원과 조직을 대상으로 성과를 내는 일이다. 곧 인터널브랜딩은 구성원들의 머리에서 시작해서 감정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진정한 경험과 믿음을 공유하고 구성원과 진실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과 관계의 구축을 통해 형성된다.

성숙한 개인과 성숙한 조직은 자율, 헌신, 전문성이 조직 안에서 일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작동한다. 자율적인 조직은 약속된 게임의 룰 안에서 자기 스스로의 규율로 선택 결정할 수 있으며, 헌신적인 조직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비전 달성을 위해 스스로의 역할을 조정하며, 전문성을 갖춘 조직은 헌신적 태도를 기반으로 지식과 기술을 쌓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리더십에는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한 유형이 타임 텔러(Time Teller)라면 또다른 유형은 클럭 빌더(Clock Builder)다. 이 가운데 클럭 빌더 유형은 광장 가운데 있는 시계탑 같은 존재로 다른 장소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이를 통해 타임라인을 조정한다. 조직의 핵심가치가 세워지고 공유되면 CEO는 자리를 비워도 된다. CEO가 바쁘다는 것은 그 조직의 핵심가치가 아직도 연계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말한다. 리더가 자리를 비워도 그의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조직이 성숙한 조직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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