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원CEO포럼] “2023년 경제 키워드는 ‘비탈길 내려가기’, 속도가 관건”
[영림원CEO포럼] “2023년 경제 키워드는 ‘비탈길 내려가기’, 속도가 관건”
  • 박시현 기자
  • 승인 2023.01.09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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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원 박사(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179회 영림원CEO포럼 강연
임지원 박사(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아이티비즈 박시현 기자] 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임지원 박사가 5일 179회 영림원CEO포럼에서 ‘2023년 경제전망과 주요 고려사항’을 주제로 강연했다. 임 박사는 “2023년 경제전망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비탈길 내려가기’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내려갈지가 관건이다. 자칫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 속에서 리스크가 많다”며, “더욱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고 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미 정점 지나, 하락속도는 국가별로 차별화 = 2022년 경제를 돌아보면 세계경제기관의 전망이 크게 빗나가며 시장을 혼란시킨, 경제기관으로서는 치욕스런 한해였다. IMF는 3개월 간격으로 발표하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을 계속 하향조정했으며, 미 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 정책은 전혀 포워드 루킹(Foward Looking)이 아니었다.

경제기관들의 전망이 이처럼 빗나간 것은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크게 넘어선 가운데 경기회복 모멘텀이 빠르게 소진됐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는 코로나 19 장기화, 중국 고강도 방역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상할 수 없었던 경제 외적인 이슈에다 글로벌 수요 여건과 경제 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한 전문기관의 과소평가, 주요국 통화정책의 급격한 전환 등을 들 수 있다.

2022년 경제는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멈출 줄 모르고 상승하는 금리, 자산버블의 붕괴 등이 점철됐다.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확대되며 3분기에는 198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그 속도는 국가별로 달랐는데 주요국은 평균보다 높고, 중국 등 이머징 시장은 봉쇄, 환율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주요국과 이머징 시장의 그 격차는 줄어들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022년 4분기에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하락속도는 국가별로 차별화할 전망인데 최근 주요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을 띠고 있다. 공식소비자 물가의 오름폭은 비교적 빠르게 축소되는 반면 코어 인플레이션 조정은 좀 더 시차를 두고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 본격화 = 2023년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중국 경제도 잠재 성장률 이하의 성장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 밑으로 떨어진 사실은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PMI는 제조기업의 원료구매 등의 활동 수준을 측정하는 것으로 경기를 앞서 전망할 수 있는 선행지표가 된다. PMI 수치가 기준점인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가 확장 국면, 50 미만은 위축 국면에 있다는 뜻이다. 2023년 경제 침체는 확실하며 연착륙할지 경착륙할지가 관심사다.

2023년에는 금리인상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저해할 리스크를 경계해야할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며 금융불안지수가 상승하고 있다. 이는 금융상황 긴축으로 이어지며 대내외 소비, 투자 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은 지난 30년간 금리 인상에도 경기 침체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미국은 현재 성장세가 약화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임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미국경제의 침체 요인은 서비스 물가의 경직성으로 인한 고물가 기조 장기화 가능성, 최종 금리 상향 가능성, 정책 금리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주택시장,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 그리고 기업 수익 악화와 비용 감축의 본격화 가능성 등이다.

하지만 에너지 비용이 낮은데다 재화 가격 하락에 따른 구매력 개선, 고용 시장 호조에 따른 견조한 소비 능력 지속, 민간 부문의 재무 상황이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 비해 비교적 건실하다는 점이 완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경제는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의 반등 가능성이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급격한 완화에 따른 확진자 급증과 자발적 격리로 경제 활동 위축, 정부 재정여력 약화, 주택가격 거품 및 공급과잉 위험에 대한 논란 지속, 미·중 간 지정학적 리스크 가능성, 국가자본주의 심화로 시장경제 효율성 저하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완충 요인은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의 반등 가능성, 저물가 지속을 배경으로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등이다.

결론적으로 세계경제의 부정적 요인이 민감 부문 부채 상환 부담 확대, 재정지원 여력 소진, 기업 수익 악화로 인한 비용 감축 등이라면 인플레이션 하락에 다른 구매력 개선, 비교적 견조한 가계부문 재무 상황, 고용 시장 호조 등은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 잠재성장률 밑도는 약한 성장세 한동안 지속 전망 = 우리나라는 글로벌 제조업 수요 부진, 부채 상황 부담 등으로 한동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약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중반 이후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민간 소비는 아직 양호한 모습이지만 수출이 하락세로 전환해 앞으로 성장률은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코로나 확산이 진정됨에 따른 대면 서비스업 회복으로 당분간 글로벌 소비 개선세는 지속될 전망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억눌려졌던 수요로 인한 소비 증가 정도는 과거 경기 침체기 및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품목별 소비에서 미국보다 서비스 비중이 낮고 상품 비중이 높다. 즉 글로벌 소비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이는 상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부정적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및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고 수주액이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선행지표들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건설 수주는 거의 멈추었는데 이는 올해 경기에 반영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다. 소득 대비 주택가격 상승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은 비정상적이다.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2022년 7월 2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끼치는 코어 품목의 의 하향은 힘들거나 이뤄지더라도 매우 느리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금리 하락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2023년 경제 고려사항 ‘인플레이션 추이, 통화정책, 금융불안’ = 2023년 경제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인플레이션 추이, 통화정책, 금융불안 등을 살펴보자.

첫 번째 고려사항인 인플레이션의 4가지 요인은 일시적, 경기적, 구조적, 환율 등이다.

일시적 요인은 2022년 초 이미 정점을 지났으나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의 코로나 추이, 중국의 봉쇄 정책 강도 등은 실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동안의 재고 비축, 완만한 날씨 등이 원자재, 식품 가격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경기적 요인으로 잠재성장률 이하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재고 상황이 비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조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고용여건을 보면 고용지표들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등 노동시장 슬랙(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노동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어서 임금-물가 전가 효과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물가 인상에 따라 임금 인상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구조적 요인으로 글로벌 분절화가 진행되고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등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의 변화가 장기간 공급 측의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친환경 경제는 생산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요인으로 국내의 경우 최근 수년간 재정상황이 악화되고 중장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어 정부에서 관리하는 ‘관리물가’ 하락폭이 구조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환율 요인으로 2022년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로 원화 약세 기조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환율의 물가 전이가 확대됐다. 글로벌 달러 강세는 점진적으로 완화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요 통화정책과 대내외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 등 불안요인은 상존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어 인플레이션 조정은 좀더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 낮아 기존 대출자 이자부담 빠르게 상승 = 2023년 경제의 두 번째 고려 사항으로 통화정책을 살펴보면 주요국 금리인상 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노동 시장의 호조 지속,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직성, 정책 시차, 실질금리와 준칙금리 추정에 대한 다양한 견해 등으로 긴축 강도가 과도하거나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상존한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의 지속 속에서 양적긴축(QT)에 따른 영향은 어떠할지도 관심사다. 미 연준은 2022년 6월부터 양적긴축을 시작했는데 2023년에는 그 속도가 크게 가속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글로벌 유동성 축소 과정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금융상황은 정책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2022년 3분기 이후 이미 긴축적으로 전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추정하면 기준 금리 인상은 대개 경제 주체들의 차입 비용 증대 등으로 성장세 및 물가 오름세를 약화시키고 금융불균형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재정정책 기조, 경기국면, 금융불균형 수준 등 여러 외생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 번째 고려사항으로 금융불안 측면을 보면 매크로 레버리지는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해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크게 상승했다. 국내의 경우 코로나 19 이후 증가세가 더욱 확대되었는데 민간부문 특히 가계부문이 이를 주도했다. 더욱 큰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별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보면 미국이 95%인 반면 한국은 30%대에 머물러있다. 한국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영국, 독일, 스페인, 일본보다 낮다.

우리나라의 기업부문 부채 상환 부담은 은행 여신을 통한 차입 비중이나 만기 등을 고려해 볼 때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자본시장 의존도와 고정금리 비중이 높아 부채상환 부담이 우리나라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2023년 경제의 주요 관전 포인트 = 금융 시장의 관심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이동 중이다. 과연 연착륙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높은 변동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가 정점 통과 및 통화 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로 일부 자산 가격이 회복되고 미 달러화가 제한적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2023년 경제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최종 금리 수준 및 양적 긴축 정도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와 연관된다. 또 신용 리스크 전개 추이, 주택 가격 하락 정도,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경제의 경기 변동 및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제조업과 상품 시장에 미칠 영향 등도 2023년에 지켜봐야할 사항이다.

◆영림원CEO포럼

영림원 CEO포럼은 2005년 10월 첫 회를 시작하여 매달 개최되는 조찬 포럼으로, 중견 중소기업 CEO에게 필요한 경영, 경제, IT, 인문학 등을 주제로 해당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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