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 ➐ 人以無恒(인이무항-논어)
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 ➐ 人以無恒(인이무항-논어)
  • 김문구 기자
  • 승인 2014.12.27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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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심이 없으면'

"조직의 표준프로세스는 항상심을 가지로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OPF)"

▲ 필 자 : 티큐엠에스 박정훈 연구소장/이사 ▶ 주요 경력 : 1995년 ~ 2002년 아시아나 항공 시스템 운영팀 대리, 2002년 ~ 2010년 아시아나 IDT 품질 경영팀 차장, 2010년 ~ 현재 TQMS 연구소 소장 ▶ 자격사항 : 전자 계산기 조직응용 기술사, 정보시스팀 수석감리원, 정보통신 공사 특급감리원 ▶ 전문분야 : 품질보증, SW공학, CMMI
[아이티비즈]“人以無恒(인이무항)”은 자로편에 나오는 것으로 변함없는 마음가짐과 꾸준한 노력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은 항상 틀에 박힌 방식을 취함으로써 스스로의 발전을 멈추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면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다짐을 한다.

사람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나온 과거를 돌이켜 보며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하지만 익숙함과 안락함에 길들여지면 순간의 즐거움에 도취되어 스스로의 발전을 잊고 지낸다. 그때마다 새로운 다짐을 하지만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목표와 계획을 세우지만 연말이 되면 후회는 반복된다. 이 모든 후회가 빠른 성취의 유혹에 현혹되고 꾸준히 노력하고자 하는 “恒心(항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恒心(항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좋은 결과에 대해서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 때문이라 생각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한 개인의 노력으로 성취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주위의 도움이 없다면 밥 한 끼 먹는 일도 쉽지 않다. 식탁에 오르는 밥 한 공기도 농부, 장사를 하는 사람, 운반을 하는 사람, 밥을 짓는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자만은 인간을 독선으로 안내하고 독선은 과정과 노력이 없는 성과를 요구할 수 있다.

성과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가정 내에서도 목격이 된다. 부모들은 아이의 성적표 점수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점수가 좋다면 과정은 어떻던지 부모는 아이를 칭찬한다. 아이에게 성과에 대한 칭찬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과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에만 집중한다면 아이는 부모에게 만족한 결과를 보이기 위해 경쟁자를 이기는 기술만을 습득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이 때로는 올바른 방법이 아닐 수도 있음을 부모는 인식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적을 물리치는 방법 중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최고로 여기는데, 외교, 확연한 국력 차이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방법은 올바른 과정이 없다면 불가능 한 것들이다. “恒心(항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이러한 관점을 CMMI 기반의 프로세스 개선활동과 접목하여 본다면 많은 성찰의 요소를 생각할 수 있다. 조직이 목표한 CMMI 인증을 달성하고는 지속적인 개선 활동을 멈추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와 같은 조직은 CMMI 기반의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진행할 때 조직의 발전적인 프로세스 개선 목적보다는 영업적인 필요에 따른 인증이 목표인 경우가 많다. 사업의 수주를 위해 경쟁사보다 우수하게 보이거나 최소한 뒤처져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은 정글과 같은 수주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어렵게 구축해 놓은 조직의 프로세스를 활용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다면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투입한 노력도 헛된 것이 될 수 있고 조직 발전의 기초를 허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프로세스 기반의 업무 수행은 내외부적인 환경과 조건의 변화에도 안정적인 제품의 품질과 업무의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조직 내에 일관된 프로세스가 없거나 활용되지 않은 프로세스는 생산성 없는 반복 작업을 수행하게 할 수도 있고 책임과 역할의 모호함으로 인해 제품 결함을 유발할 수 있다.

CMMI OPF(Organizational Process Focus) SG3(Specific Goal)은 “Organizational process assets are deployed across the organization and process related experiences are incorporated into organizational process assets.”이다. 조직의 프로세스 자산은 조직 전반에 걸쳐 확산 적용하고, 그 결과가 다시 조직 프로세스 자산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incorporated”이다.

“CMMI 개발 해설서(이민재 著, 2013)”에서는 “incorporated”를 단순히 저장과 등록의 의미보다는 조직 표준 프로세스 이행과정의 정기적인 검토, 적합성과 효율성의 파악, 모범사례나 학습된 교훈의 사용으로 보다 포괄적인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프로세스 이행 과정의 결과물은 조직의 소중한 자산임과 동시에 개선 활동의 입력자료이다.

하지만 결과물을 관리하고 개선 활동을 위해서는 적정한 프로세스 개선 조직이 필요하다. CMMI 인증을 달성하고 난 후에 많은 조직에서는 개선 활동에 참여한 인력을 지속적인 개선활동에 활용하기보다는 PM이나 개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들의 프로세스 개선 경험이 프로세스 이행 측면에서 현업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위한 충분한 자원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개선 활동은 지속되기 어렵다.

개선 전략 수립, 개선 사항의 식별, 산출물의 분석과 평가, 모범사례 선정, 프로세스 이행 점검 등의 활동은 전담할 수 있는 인력자원이 제공되어야만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많은 경영자들은 조직원들을 당장 돈 버는 인력으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전쟁을 할 때는 전투를 수행하는 병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략을 수립하고, 전투를 지원할 후방 조직이 탄탄하지 않다면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프로세스 개선 조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조직이 이와 같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프로세스적인 관리가 요구된다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조직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통일된 언어, 체계화된 활동이 없다면 이는 마치 전쟁에서 지휘하는 장군 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통일된 언어의 사용은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각 부서마다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다른 언어와 부서 고유의 산출물을 사용한다면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성경에 따르면 바벨탑을 건설할 때 신은 인부들의 언어를 다르게 하여 바벨탑을 축성을 실패하게 했다. 조직의 프로세스는 업무 흐름과 용어의 통일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또한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프로세스는 업무의 형식만을 중요시하는 관료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전략에 따른 개선 활동도 지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프로세스 개선 업무는 쉽지 않다. 경영층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하여도 프로세스 개선 담당자가 조직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개선 업무 자체를 지속하기 어렵다.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도 힘든데 조직을 변화 시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때로는 경영층의 무관심과 조직적인 저항으로 인해 회의를 느낄 수도 있다.

논어의 자로편에 “君子(군자), 成人之美(성인지미)”의 구절이 있다. “군자는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이루게 한다.”라는 의미이다. 프로세스 개선 담당자들이 마음속에 간직했으면 하는 구절이다. 프로세스 개선 업무에 사명감을 가진다면 조직을 좋은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고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君子의 道를 실천할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올바름을 실천하고 이것이 다른 사람과 조직을 좋은 길로 이끈다면 보람된 삶이 아니겠는가? 또한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恒心(항심)”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말콤 그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주장한 것처럼 일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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