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➏ 學如逆水(학여역수)
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➏ 學如逆水(학여역수)
  • 김문구 기자
  • 승인 2014.12.19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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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지속적인 개선 활동이 없으면 조직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 조직의 프로세스 개선의 필요성(OPF)"

▲ 필 자 : 티큐엠에스 박정훈 연구소장/이사 ▶ 주요 경력 : 1995년 ~ 2002년 아시아나 항공 시스템 운영팀 대리, 2002년 ~ 2010년 아시아나 IDT 품질 경영팀 차장, 2010년 ~ 현재 TQMS 연구소 소장 ▶ 자격사항 : 전자 계산기 조직응용 기술사, 정보시스팀 수석감리원, 정보통신 공사 특급감리원 ▶ 전문분야 : 품질보증, SW공학, CMMI
[아이티비즈] “學問(학문) 如逆水行舟(여역수행주) 不進則退(부진즉퇴)”는 “학문은 마치 물을 거슬러 오르는 배와 같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退步)하게 된다.”라는 뜻이다.

자연의 특성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대단한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성취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르는 일, 중력에 반하여 로켓을 발사하는 것,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전진하는 일. 이 모든 역행 활동은 목표에 대한 지극한 갈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힘든 역행의 길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자각일 것으로 생각된다. 신비의 문인으로 알려진 영국의 제임스 앨런(1864 ~ 1912)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라고 하였다. 주체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면 삶은 방향키를 잃은 배와 같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

배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체적이고 확고한 신념이 없다면 힘들게 쌓아온 배움일지라도 모래성에 지나지 않는다. 배움의 습관을 반석처럼 단단히 하기 위해서는 나태함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배움이 게으르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시간의 흐름은 빠른 속도로 인생을 낙오자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배움의 길은 나태함의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편안함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일어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이지만, 이러한 마음을 억제하고 배움의 길을 따르는 것은 쉽지 않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도 배움의 길과 비슷하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조직의 프로세스는 방향을 잃는다.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답습하는 프로세스는 조직의 효과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과거 성공 요인이 현재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겨울이 되면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하고, 여름이 되면 얇은 옷을 입어야 하는 이치와 같다. 경영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개선 활동이 없다면 그 끝을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활동 또한 쉽지 않다. 경영진과 프로세스 개선 담당자는 주변의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직은 무엇을 원하는지, 조직원들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민감한 촉각과 식별된 개선사항의 객관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 CMMI OPF(Organizational Process Focus) SG1(Specific Goal)은 “Strengths, weaknesses, and improvement opportunities for the organization’s processes are identified periodically and as needed.”이다. 내용 중 주목해야 할 단어는 “periodically”이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 효과는 기업의 다른 활동과는 달리 당장의 성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업무의 우선순위 측면에서 후 순위가 되거나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프로세스에 대한 객관적 심사 활동의 주기적인 실시이다. 하지만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심사 활동이 프로세스 이행 상의 개선사항을 식별하기 보다는 기존 프로세스의 준수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우에는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프로세스 심사는 프로세스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PPQA(Process and Product Quality Assurance) 활동과는 엄격히 구분하여야 한다.

프로세스 심사에서는 조직원들이 프로세스를 준수하여도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문제가 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프로세스의 개선이 필요한지 식별해야 한다. 시정 조치 위주의 심사는 조직에 가치를 제공하기 어렵다.

프로세스 개선활동의 또 다른 어려움은 개선 계획 수립이다. 식별된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변화관리가 필요하다. 프로세스 개선은 조직의 변화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의 저항을 일으킬 수 있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조직의 역량을 확보하지 않는다면 사소한 변화도 조직원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개선 계획에는 개선 목표, 범위, 일정, 개선 활동의 위험, 성과평가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개선 활동의 주요 위험 요소는 안일함과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구의 측면에서 배움의 과정과 유사하다. 현재 상태의 유지는 주위의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 물결이 아래로 끊임없이 흐르는 것처럼 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투자와 인력이 투입되어 수립된 프로세스가 CMMI 인증과 더불어 보다 가치 있고 조직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개선 노력과 잠재적인 개선사항을 식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심사 결과 조직의 개선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현재의 프로세스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테스트를 통해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시스템이 결함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공자는 태백편에서 “學如不及(학여불급), 猶恐失之(유공실지)”라고 하였다. “배움은 미치지 못할까 여기고, 잃어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미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을 염려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배움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인간을 위축시킬 수 있지만 배움에 관한 두려움은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망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두렵다고 하여 성취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또한 필요한 과정을 건너 뛴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노력이 헛될 수도 있다. 프로세스 개선활동도 이와 같다. 경영자와 조직은 프로세스가 경영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조직에 기여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하며 조직이 쌓아온 프로세스 성숙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심사하여야 한다.

프로세스 성숙도 역량을 쌓아가기는 어려워도 허무는 것은 쉽다. 성취에 급급한 나머지 조직의 역량은 무시한 채 외부적으로 보이는 CMMI 성숙도 Level만을 높이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CMMI 성숙도 Level은 조직원들의 역량과 비례하여야 한다. 조직의 역량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개선 활동을 실패로 이끄는 원인을 제공한다.

인생을 살며 배움을 통해 자신을 부단히 연마하여 내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일은 어렵다. 성현의 말씀처럼 절제된 삶을 통해 가치 있는 인생을 살 수도 있지만 얼마든지 편하게 한 세상 물 흐르듯 살 수도 있다. 아무리 많은 업적을 쌓아도 시간이 흐르면 잊히거나 운이 좋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 정도 기록되는 것이 전부인데 현재의 안락함을 희생해서 노력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생리적인 욕구에만 만족하지 못한다. 미국의 심리철학자 매슬로(1908 ~ 1970)는 인간의 욕구 5단계 중 “자아실현 욕구”가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최상의 욕구로 생각했다. 지적인 삶을 영위하며 살고자 하는 인간은 동물과 같이 의식주에만 만족하며 살 수 없다. 배움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고행의 연속일 수 있다.

유명 가수의 노래가사처럼 연어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 끝에는 고귀한 생명의 잉태가 기다리고 있다. 이를 생각한다면 배움과 프로세스 개선 활동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것이다.

◆ 글 싣는 순서 ◆

(1) 文質彬彬(문질빈빈)
- 뜻: 무늬와 바탕이 조화를 이루어야 빛난다
- 내용요약: CMMI를 조직에 적용하는 방향. 프로세스는 조직의 특성과 형편에 맞게 적절히 구축되어야 한다

(2) 眞美眞善 (진선진미)
- 뜻: 착함을 다하고 아름다움을 다했다
- 내용요약: CMMI를 조직에 적용하는 자세. 인증위주의 CMMI활동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합리적으로 CMMI를 적용하는 자세를 생각한다.

(3) 學而時習(학이시습)
- 뜻: 배움은 때때로 익히고 체득해야 함
- 내용요약: 프로세스 구축 뿐만이 아니 실천을 통한 내재화 활동의 중요성을 제시

(4) 君子上達(군자상달)
- 뜻: 군자는 항상 자기 향상을 한다.
- 내용요약: CMMI Level을 향상시키는 목적과 조직에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법

(5) 無爲而治(무위이치)
- 뜻: 나서지 않아도 굴러가게
- 내용요약: 조직의 표준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이유(GP2.1)

(6) 學如逆水(학여역수)
- 뜻: 배움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 내용요약: 지속적인 개선 활동이 없으면 조직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 조직의 프로세스 개선의 필요성(OPF)

(7) 人而無恒(인이무항)
- 뜻: 항상심이 없으면
- 내용요약: 조직의 표준프로세스는 항상심을 가지로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OPF)

(8) 溫故知新(온고지신)
- 뜻: 옛 것을 배워서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 내용요약: 조직의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위해서는 과거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수행되어야 한다. (GP3.2)

(9) 以不敎民戰(이불교민전)
- 뜻: 백성을 가르치지 않고 전쟁에 나가는 것
- 내용요약: 표준프로세스 내재화 및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교육 훈련의 필요성 및 방법(OT)

☞ 향후 연재내용 : 노자의 도덕경과, 한비자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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