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➋ 盡善盡美(진선진미-논어)
동양고전으로 풀어보는 CMMI➋ 盡善盡美(진선진미-논어)
  • 김문구 기자
  • 승인 2014.11.2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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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을 다하고 아름다움을 다했다

▲ ▲ 필 자 : 티큐엠에스 박정훈 연구소장/이사 ▶ 주요 경력 : 1995년 ~ 2002년 아시아나 항공 시스템 운영팀 대리, 2002년 ~ 2010년 아시아나 IDT 품질 경영팀 차장, 2010년 ~ 현재 TQMS 연구소 소장 ▶ 자격사항 : 전자 계산기 조직응용 기술사, 정보시스팀 수석감리원, 정보통신 공사 특급감리원 ▶ 전문분야 : 품질보증, SW공학, CMMI
“盡善盡美(진선진미)”는 논어의 팔일편에 나오는 것으로 “네이버 지식백과 한시어 사전”에 요약된 내용을 살펴보면, 주(周) 나라 때에는 황제(黃帝)이래 6대 음악인 “운문(雲門 - 황제의 음악), 함지(咸池 - 요임금의 음악), 대소(大韶 - 순임금의 음악), 대하(大夏 - 하나라 우왕의 음악), 대호(大濩 - 은나라 탕왕의 음악), 대무(大武 - 주나라 무왕의 음악)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공자는 순임금의 음악인 大韶(대소)와 무왕의 음악인 大武(대무)를 비교하여 결과와 과정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大韶(대소)에서는 천하를 통치하는 방법으로 德治(덕치)와 調和(조화)를 노래한 반면 大武(대무)에서는 무왕이 무공으로 천하를 평정함을 칭송하고 있다. 두 노래는 모두 통치자의 업적을 노래하고 있지만 공자는 두 임금의 업적을 과정과 결과의 형태로 분석하고 있다.

大韶(대소)는 “소리의 아름다움이 지극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지극히 선하다.”라고 평가하였고, 大武(대무)는 “소리의 아름다움은 지극하지만, 내용의 선함은 지극하지 못하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순임금은 태평성대를 이루어냈고, 무임금은 천하를 평정하였다. 결과론적으로 두 임금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성취했다.

“盡善盡美(진선진미)”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앞 문장과 댓 구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大韶(대소)는 “내용도 선하다.”라고 평가를 했고 大武(대무)는 “내용이 선하지 못하다.”라고 했다. 어떤 근거로 이와 같은 주장을 공자는 한 것일까? 순임금은 德治(덕치)의 통치이념으로 백성을 편안하게 하였지만 무임금은 천하를 얻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이 잃게 하거나 삶을 힘들게 하였을 것이다. 두 임금의 사례에서 보듯 남긴 업적은 크지만 결과를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정당한지는 후세의 평가요소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는 목표 지향적인 사회가 되었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지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생각이 사회에 퍼져있다. 얼마 전 아이의 대학 입학을 위해 경력과 수상실적을 날조한 부모의 이야기가 뉴스에 있었다. 우리 사회의 목표 지향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되어 하루 종일 씁쓸함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목표 지향적인 현상들은 CMMI를 도입하려는 조직에서도 자주 발생되곤 한다. 조직에서 CMMI를 도입하려는 목적은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합리적이고 가시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제품, 시스템,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또한 객관적인 성취의 근거로써 CMMI Level 별 인증을 취득한다. 처음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진행할 때는 개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은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자하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조직에 적용한다. 이때 조직은 변화에 따른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업은 이전과 다른 업무 프로세스와 산출물 작성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개선 담당자들은 생각만큼 현업이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진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직은 현실과 타협하고 CMMI 인증에만 노력을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집중적인 노력의 대가로 취득한 CMMI 인증. “盡美(진미)”이다. 과정과 상관없이 CMMI 인증을 달성했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 지향적인 활동이 “善”한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프로세스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야 한다. 프로세스의 생명력은 조직의 비즈니스 환경 변화와 요구에 따라 지속적인 개선활동이 수행되었을 때만이 유지될 수 있다.

처음 프로세스를 구축할 때의 비즈니스 환경과 몇 년이 지난 비즈니스 환경은 다를 수 있다. 프로세스는 변화에 순응하여 유연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증에 초점을 맞춘 프로세스 이행 활동은 단순히 산출물을 만들고 인터뷰 기술만 향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과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하려면 과정이 좋아야 한다.

무왕은 천하의 안정이라는 대의명문을 가지고 무력으로 천하를 평정하였다. 이 기간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을까? 그 죽음의 당사자가 나 자신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것인가? CMMI 인증도 별반 다르지 않다. CMMI 인증을 추진하는 주체, 프로세스 이행과 산출물을 작성하는 프로젝트 팀이 이유도 모른 채 힘들어하고 불만이 쌓여간다면 제안서 한 페이지를 채우는 CMMI 인증서가 정말 중요한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 있어 “盡善(진선)”에 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직원들이 합리적으로 일할 수 있고 능동적으로 프로세스를 이행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출발점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공감과 배려이다. 한 번쯤은 문제의 상황을 타인이 아니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산출물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여 프로젝트 팀을 질책하는 것이 아니라 산출물 작성이 왜 어려운지 현장의 상황을 분석하여보고, 작성해야 할 산출물이 많다고 불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는 왜 이런 산출물을 요구하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과 배려의 기반 위에 개선사항은 질책의 대상이 아닌 조직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료가 되어야 한다.

순임금이 모든 죄를 자기 탓으로 돌리고 신하들의 충언을 가감 없이 받아들였듯이 조직은 개선사항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개선의 이슈가 조직원 개인에 대한 질책과 업무 증가의 사유가 된다면 누구도 개선을 쉽게 입에 담을 수 없다. 흔히 프로세스 개선활동에서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경영자의 의지라고 말한다. 경영자는 어떤 의지를 가져야 하는가? 개선의 선봉에 서서 조직원을 끌고 나가는 것일까 아니면 조직원들이 개선사항을 자유롭게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일까? 당연히 후자이다.

이와 같은 환경이 프로세스 개선활동과 이행의 능동성을 확보하게 한다. 이것이 調和(조화)이고 大同(대동)이다. “盡善(진선)”의 본질에는 調和(조화)와 大同(대동)이 내재되어 있다. 어느 한 사람의 의지가 아닌 조직원 모두가 공통의 비전과 목표를 향하면서 모난 부분은 다듬고 약한 부분은 강화시켜야만 프로세스는 생명력을 가지고 조직원들의 품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CMMI를 통해 인증의 화려한 꽃만을 피우고 앙상한 가시만 가득한 프로세스를 조직에 남길 것인지 소박하지만 달콤한 열매가 있는 프로세스를 가질 것인지는 CMMI를 통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조직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순임금의 德治(덕치)에는 급함보다는 여유로운 기다림이 있고 내면에는 단단함이 있다.

외부의 어떠한 환경적인 변화에도 굴하지 않을 탄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牛步(우보)를 하더라도 조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세스 개선과 이행 활동이 필요하다. 설익은 밥을 먹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맛을 음미할 수는 없고, 전력질주를 해서 단거리는 달릴 수 있지만 마라톤은 할 수 없다. 빠른 성취와 단기간의 성과가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盡善盡美(진선진미)”의 진정한 의미는 과정의 善 함에서 찾을 수 있다. 목표는 달성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목표가 세상의 끝은 아니다. 하나의 목표가 성취되면 우리의 인생에는 다른 목표가 큰 산처럼 버티고 있다. 단기간의 성취에 집중하기 전에 지치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지, 기업이 영속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세상은 영겁의 시간 속에 쉬지 않고 앞으로 간다. 올바른 과정 속에서 쌓여진 경험은 지치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프로세스 개선 활동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나의 인생을 돌아보고 지나온 인생의 속도를 점검해 보자. 그 과정 안에 “盡善盡美(진선진미)” 의미가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 글 싣는 순서 ◆

(1) 文質彬彬(문질빈빈)
- 뜻: 무늬와 바탕이 조화를 이루어야 빛난다
- 내용요약: CMMI를 조직에 적용하는 방향. 프로세스는 조직의 특성과 형편에 맞게 적절히 구축되어야 한다

(2) 眞美眞善 (진선진미)
- 뜻: 착함을 다하고 아름다움을 다했다
- 내용요약: CMMI를 조직에 적용하는 자세. 인증위주의 CMMI활동의 문제점을 성찰하고 합리적으로 CMMI를 적용하는 자세를 생각한다.

(3) 學而時習(학이시습)
- 뜻: 배움은 때때로 익히고 체득해야 함
- 내용요약: 프로세스 구축 뿐만이 아니 실천을 통한 내재화 활동의 중요성을 제시

(4) 君子上達(군자상달)
- 뜻: 군자는 항상 자기 향상을 한다.
- 내용요약: CMMI Level을 향상시키는 목적과 조직에 이로운 방향으로 활용하는 방법

(5) 無爲而治(무위이치)
- 뜻: 나서지 않아도 굴러가게
- 내용요약: 조직의 표준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이유(GP2.1)

(6) 學如逆水(학여역수)
- 뜻: 배움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
- 내용요약: 지속적인 개선 활동이 없으면 조직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 조직의 프로세스 개선의 필요성(OPF)

(7) 人而無恒(인이무항)
- 뜻: 항상심이 없으면
- 내용요약: 조직의 표준프로세스는 항상심을 가지로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OPF)

(8) 溫故知新(온고지신)
- 뜻: 옛 것을 배워서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
- 내용요약: 조직의 프로세스 개선활동을 위해서는 과거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해 수행되어야 한다. (GP3.2)

(9) 以不敎民戰(이불교민전)
- 뜻: 백성을 가르치지 않고 전쟁에 나가는 것
- 내용요약: 표준프로세스 내재화 및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교육 훈련의 필요성 및 방법(OT)

☞ 향후 연재내용 : 노자의 도덕경과, 한비자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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