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 '서비스사업부 분사조치' 철회
안랩, '서비스사업부 분사조치' 철회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8.10.0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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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비즈 김아라 기자] 안랩이 '서비스사업부 분사조치'를 철회했다고 8일 밝혔다.

안랩은 지난 9월 14일 서비스사업부 분사 계획 발표 후, 권치중 대표가 안랩 임직원들에게 '분할조치' 철회를 주 내용으로 하는 메일을 전달했다. 
 

권치중 대표는 "지난 9월 14일 발표 이후 지금까지 개최했던 설명회, 노사협의체 한마음보드 미팅, 경영진의 사업부 구성원과의 공식/비공식 소통을 포함한 수많은 의견수렴과정을 토대로 ‘서비스사업부 구성원 상당수가 이번 분할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사회에 해당안건을 긴급상정하고 이번 분할조치의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권치중 대표 메일 전문
안녕하세요 권치중입니다. 안랩BSP 설립 계획을 밝힌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가 분사를 계획한 것은 정체된 서비스사업부의 성과를 끌어올리고 그 결실을 사업부 구성원 모두가 향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자신감의 기반은 서비스사업부 여러분에 대한 신뢰였습니다. 그래서 독립조직을 위한 사업기획을 했고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여러분과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립사업부제 실시 직전인 2014년으로 돌아가보면 회사의 매출 성장은 더디고 영업이익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2015년 7월 독립사업부 출범 초기에도 내외부의 우려가 적지않았으나 이후 3년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때야 말로 연을 날리기 좋을 때다.’ 저는 2015년 독립사업부제 시행 초기 월례사에서 이런 언급을 한적이 있습니다. 사업부제가 안착한 지금은 더 큰 도약을 위해 ‘연을 날리는’것과 같은 나름대로 ‘계산된 모험’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1000명이 넘어 비대해진 조직이 조금이라도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구성원 개인이 개발, 경영, 사업과 관련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좀더 많이 내고 좀더 많이 반영하는 방법이 있을까. 전략적 결정이 필요할 때 어떻게 하면 사업부만의 전문성,독립성을 살려 효율적이고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있을까. 사업부간 이해관계 상충을 조율하면서도 각각의 사업부 모두가 실질적으로 최적의 성과를 내도록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대한 결론으로 ‘엔드포인트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를 ‘솔루션 조직’으로, 서비스사업부를 ‘서비스 조직’으로 나누기로 결정하고 나눔의 방식은 원만하고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물적분할’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먼저 ‘트렌드마이크로와 티핑포인트’, ‘파이어아이와 맨디언트’, ‘팔로알토와 사이베라’ 등의 사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솔루션 중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의 협업구도를 짜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서비스부문’의 사업강화를 위해서는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엔드포인트,네트워크 소속 조직과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각각 다른 별개의 회사가 되는 ‘인적분할’ 방식보다는 경영진이 협력을 지시하고, 유도할 수 있는 ‘물적분할’ 방식이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나누어서 독립적 사업을 가져가지만 필요할 때 경영진이 나서 ‘협력’을 강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따로’와 ‘같이’의 장점을 모두 가져가기위한 방법으로 (주)안랩BSP설립을 중심으로 한 방안을 도출한 것입니다.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지금부터 말씀드리려는 ‘소통’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비슷한 기업사례를 조사해보고 법률자문을 받아봐도 답변은 대동소이했습니다. ‘기업분할과 같은 경우 고유의 경영권한이며 상장사의 경우 공시의무 위반같은 심각한 법적위험을 반드시 피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공시의무 규정 등의 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신속히 임직원과 소통하고 발표 이후에 임직원이 충분히 수긍할 만큼 수차례의 공식, 비공식 설명회와 대화의 자리를 갖고 ‘분할의 필요성’에 대해서 소통하여 임직원의 우려사항과 제안을 듣고 설명하고 반영할 준비를 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설명의 자리 외에 ‘패널식의 상호간 대화 방식’, ‘서비스사업부 전체가 모이고 경영진과 마주하여 대화를 나누는 타운홀미팅방식’의 공식모임과 대표이사인 제가 직접 각각의 실장, 팀장, 구성원을 개인이나 소그룹으로 만나 구성원 개개인만의 미처 이야기 못했던 부분도 듣고자 준비했었습니다. 
 
그러나 9월 14일 발표 이후 소셜미디어에 언급된 내용, 한마음보드와 서비스사업부 리더와 구성원들을 통해 전해지는 반응들, 언론에 비쳐지는 뉴스를 보고받으면서 저는 대표이사로서의 자기반성과 더불어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먼저 소셜미디어에 나타난 당혹감, 우려감, 분노 등을 접하고 안랩직원 대다수가 안랩 브랜드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음을 ‘반면교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로 인한(물적분할) ‘상실감’이 제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크다고 알게되었으며 이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결정이 안랩가족 모두가 성장하기위한 최선이자 최적의 결정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초기의 우려가 일부 있더라도 성공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과 기회를 갖고 설명을 하면 결국에는 구성원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고 믿어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의 걱정이나 반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터무니없는 의혹과 우려로 증폭되는 것을 보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했다고 생각했고 이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추호도 ‘매각’이나 ‘구조조정’, ’특정조직의 이익증대’등의 방편으로 생각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저는 최근 며칠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일로 인한 여파로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과 우리가 지키는 고객의 안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저는 물적분할로 인한 안랩BSP의 설립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로 인해 임직원간의 불화가 지속된다면 ‘상호존중’이라는 안랩의 자랑스러운 핵심가치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며 보안이라는 사업의 존립기반을 흔들어버려 ‘고객만족’이라는 핵심가치조차 위협당하기 때문에 대표이사로서 용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다수가 반대한다면 저를 포함한 경영진이 제시한 방향이 결과적으로 아무리 옳다고 해도 결국 불신과 불화가 따르고 극심한 기업경쟁환경에서 도태되거나 공멸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9월 14일 발표 이후 지금까지 개최했던 설명회, 노사협의체 한마음보드 미팅, 경영진의 사업부 구성원과의 공식/비공식 소통을 포함한 수많은 의견수렴과정을 토대로 ‘서비스사업부 구성원 상당수가 이번 분할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이사회에 해당안건을 긴급상정하고 이번 분할조치의 철회를 결정하였습니다.
 
임직원 여러분께서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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